안섭 보루네오가구 사장(가운데)이 인천 남동공단  본사 공장에서 직원들과 함께 가구 제작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김희경 기자
안섭 보루네오가구 사장(가운데)이 인천 남동공단  본사 공장에서 직원들과 함께 가구 제작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김희경 기자
지난 5월 법정관리를 신청한 보루네오가구가 알루미늄 팰릿 사업을 접는다. 이 사업은 지난해 AL팔레트가 보루네오가구를 인수하면서 맡긴 사업이다. 인천에 매입해 놓은 건물도 오는 12월 법원의 ‘회생인가’가 나오는 대로 매각할 예정이다. 가구 사업과 연관이 없는 투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보루네오가구는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려졌고 회사 스스로도 가장 큰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여기는 가구 사업에만 전념, 법정관리를 극복하겠다는 방침이다. 안섭 보루네오가구 사장(54)은 “이번이 마지막 위기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가구 부문에만 주력해 가구명가로서의 명성을 되찾겠다”고 말했다.

○잘못된 외도가 화 불러

가구업계 3위인 보루네오는 지난해 매출(1342억원)이 전년 대비 12% 줄었고 영업손실(143억원)도 전년(2억7000만원)에 비해 크게 늘었다. 가장 큰 원인은 가구업계 불황에 따른 영업실적 부진이었지만, 가구와 관련 없는 알루미늄 팰릿 사업을 한 것도 악영향을 미쳤다. 팰릿은 화물을 모아 하역·수송하는 데 쓰는 받침대형 장비다.

보루네오가구가 팰릿 사업을 시작한 것은 AL팔레트(사장 김승기)가 지난해 6월 정복균 거성건설산업 회장으로부터 보루네오 주식 320만주(지분율 33.27%)를 200억원에 인수하면서 부터다. 보루네오는 40억원을 투자해 AL팔레트와 미국에 합작법인 ‘BIF월드’를 설립했다. 하지만 사업이 제대로 안 되고 추가 투자도 받지 못해 큰 손실을 봤다. 안 사장은 “가구 사업만 해서는 큰 이익을 내기 어렵다는 조바심과 팰릿을 운송용 가구 정도로 생각했던 것이 문제였다”며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사업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2011년 인천 논현동 건물을 206억원에 사들인 것도 실패했다. 본사 사무실과 전시장으로 쓸 계획이었지만 경기침체로 무산됐다. 안 사장은 “회생인가 결정이 나오면 계획안에 따라 부동산을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 갈등 해소 나서

보루네오가구의 대주주는 AL팔레트로부터 지난해 12월 지분을 넘겨받은 ‘AL팔레트물류’다. AL팔레트물류는 AL팔레트가 2002년 제조와 유통 부문을 분리하기 위해 설립한 회사다. AL팔레트 측이 보루네오 지분을 인수한 것은 팰릿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것이었던 만큼 보루네오가 이 사업을 접으면 대주주가 회사 경영에 관여할 여지가 없어진다.

지난해 6월 대표 자리에 함께 올랐던 빈일건 전 사장과의 경영권 갈등도 해결됐다. 안 사장은 자금과 법인영업 부문을 담당하고 빈 전 사장은 생산과 구매를 맡았는데, 지난 5월 실적악화 등을 이유로 빈 전 사장이 해임됐다. 안 사장은 “회사가 두 명의 대표를 내세운 것은 효율적인 업무 분배를 통해 실적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의견 충돌 등으로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6억5000만원가량의 임금 체불 등을 이유로 지난 5월 파업에 들어갔던 노동조합과의 협상도 원만하게 마무리됐다. 사측은 희망퇴직과 순환 휴직 등으로 ‘정리해고를 최소화’하고 노조는 임금 5% 삭감을 받아들였다. 노조는 안 사장과 경영진을 횡령과 배임 혐의로 인천 남동경찰서에 고발한 것도 취소했다.

○가구 사업에만 전념

1966년 설립한 보루네오가구는 1991년에도 법정관리에 들어간 적이 있다. 당시 사업 실패 원인은 미국 등 해외 시장으로의 무리한 사업 확장이었다. 당시 국내 1위였던 가구 사업에만 주력했더라면 부도가 나지 않았을 것이고, 이번에도 팰릿 사업 등으로 ‘외도’하지 않았다면 법정관리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회사 측 판단이다.

안 사장은 “가구 시장에만 집중하고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편다면 반드시 재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루네오는 소비자들의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판매량이 오히려 10%가량 늘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다만 기업 등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판매 부문에서는 경쟁 업체들의 공세에 밀리고 있다.

안 사장은 “가정용 가구가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싱글족 전용 브랜드 출시 등으로 이 시장을 공략해 업계 선두주자로 다시 올라서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7월 노사합의로 경영이 정상화된 이후 판매가 늘었다”며 “11월부터는 흑자를 내기 시작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