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소파 대신 등받이가 뒤로 젖혀지는 의자(리클라이너)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9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국내 리클라이너 시장은 올해 30%가량 증가해 1000억원을 훌쩍 뛰어넘을 전망이다.

평균 300만원에 달하는 높은 가격 탓에 ‘부유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리클라이너 시장이 급속히 커진 것은 생활 패턴의 변화 때문이다. 가족이 소파에 모여앉아 TV를 보기보다는 태블릿PC,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를 쓰는 일이 많아졌다. ‘편하게 오래 앉을 수 있는 의자’ 수요가 증가한 것이다. 중저가 제품이 등장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모바일시대 맞아 급성장

에이스침대-한샘 '리클라이너 전쟁'
리클라이너는 노르웨이 등 북유럽 지역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추운 날씨 때문에 실내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사람들이 편한 의자를 만들었다.

국내에서 리클라이너가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2000년대 이후 대형 TV와 오디오 등 홈시어터 시스템을 갖춘 가정에서 리클라이너를 쓰기 시작했다. 근래에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을 집에서 쓰는 사람이 늘어나며 급속히 확산됐다. 리클라이너에는 태블릿PC나 노트북 등을 놓고 쓸 수 있는 거치대를 붙일 수 있다.

일반 소파보다 부피가 작은 데다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다는 것도 리클라이너의 장점이다. 1인 가구나 신혼부부 등 중소형 주택에 사는 사람들이 리클라이너를 많이 찾고 있다.

○다양한 제품으로 시장 공략

리클라이너 시장이 커지자 업체들은 중저가 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노르웨이 브랜드 ‘스트레스리스’(사진) 제품을 판매하는 에이스침대의 임양호 홍보팀 차장은 “지난 2월 처음으로 100만원대 제품을 내놔 큰 호응을 얻었다”며 “그동안 저가 모델 출시에 소극적이었으나 많은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올 하반기에도 가격을 낮춘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2009년 이 시장에 뛰어든 한샘은 처음부터 100만원대 노르웨이 ‘IMG’ 리클라이너를 팔고 있다. 이 회사는 그동안 1인용 리클라이너만 판매했으나 이달 중순엔 3~4인용 전동 리클라이너를 내놓을 예정이다.

김동성 한샘 홍보팀장은 “일반 리클라이너 제품에 전동 모터를 부착한 것으로 간단한 버튼 조작만으로 등쿠션 기울기를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며 “가격도 일반 3~4인용 소파와 비슷한 160만원대이기 때문에 좋은 반응을 얻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수입품이 대부분

국내에서 판대되는 리클라이너는 거의 수입품이다. 해외에서 들여와 판매하거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유통하고 있다. 일반 가구와 달리 가죽을 가공하고 마무리하는 데 인건비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선두를 달리고 있는 곳은 에이스침대다. 국내 리클라이너 시장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2001년 8억원에 그쳤던 스트레스리스 판매액은 지난해 140억원으로 늘었다. 가구업계는 그동안 리클라이너를 ‘구색 갖추기용 상품’ 정도로 취급했으나 최근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주력 사업으로 삼기 시작했다.

G&G 등 해외가구 유통업체들도 앞다퉈 북유럽산 리클라이너를 수입, 판매하고 있다. 중국, 동남아 제품을 들여와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영세 업체도 많이 생겨났다. 브랜드 업체는 100만원대 이상 제품을 판매하는 반면 영세 수입업체들은 20만~30만원대 제품으로 젊은 층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