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찬 기자  sweat@ hankyung.com
허문찬 기자 sweat@ hankyung.com
“속도와 커버리지(서비스 지역)보다는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가에 초점을 맞춰 경쟁의 패러다임을 바꾸겠습니다.”

KT의 유·무선 전략을 총괄하는 표현명 텔레콤&컨버전스(T&C) 부문 사장(55·사진)은 지난 2일 서울 서초동 KT올레캠퍼스에서 기자를 만나자마자 대뜸 “휴대폰을 쓰면서 통신사에 바라는 점이 뭐냐”고 물었다. 이달부터 시작한 ‘2배가 돼! 페스티벌’의 후속작을 준비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표 사장은 하반기 사업 전략으로 음성통화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의 데이터 제공량을 두 배 늘리고, 멤버십·콘텐츠·미디어 등의 혜택도 두 배 강화하는 프로그램을 들고 나왔다. 그는 “유·무선 브로드밴드 시대를 맞아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게 통신사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며 “고객들이 고품질 콘텐츠를 경제적인 가격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표 사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유·무선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올아이피(All-IP), 가상재화 시장을 공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겠다”고 말했다.

표 사장은 고려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KTF 기획조정실장, 마케팅부문장, KT 휴대인터넷사업본부장, 전략기획부문장, 코퍼레이트센터장, 개인고객부문장을 지냈다.

▷최근 ‘2배 혜택’으로 차별화 전략을 추진했습니다. 배경은 무엇입니까.


“유선과 무선 네트워크 속도가 100Mbps(초당 메가비트)를 넘어서는 ‘유·무선 브로드밴드’ 시대가 됐습니다. 고객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뭔지 파악해보니 데이터, 멤버십, 콘텐츠 등에 대한 욕구가 큰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를 ‘2배 혜택’ 프로그램으로 마련한 것입니다. 고객들이 유·무선 브로드밴드를 제대로, 충분히 즐기는 데 필수적인 것들이죠. KT는 보조금 경쟁이 아닌 본원적 서비스 경쟁력을 높여 질적 성장과 롱텀에볼루션(LTE) 점유율 확대에 주력해오고 있습니다. 큰 틀의 마케팅 전략이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더욱 소비자 지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입니다. 이번 프로그램은 10월 말까지 진행하지만 고객 호응도에 따라 계속 확대할 계획입니다.”

▷LTE 주파수 경매가 관심입니다. 경쟁사들은 KT가 이미 보유한 1.8㎓ 주파수 인접대역을 확보하는 것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펼칠 태세인데요.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해 경매를 준비할 것입니다. 전파법의 취지는 주파수의 효율적 사용입니다. 광대역화를 통한 소비자 후생 증진과 투자 활성화 등 정부가 생각하는 경매 취지를 살려 경매가 잘 진행되기를 바랍니다.”

▷경쟁사들이 LTE보다 두 배 빠른 LTE-A 서비스에 나섰습니다. KT의 계획은 어떻습니까.

“KT도 주파수 묶음기술(CA)을 통한 LTE-A를 제공하기 위해 오랫동안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장비를 설치하고 막상 틀어보니 900㎒ 주파수 간섭 문제로 여의찮았습니다. 주차장 개폐장치의 무선인식전자태그(RFID)와 무선전화기 혼간섭 제거를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 시작을 못하는 상황입니다. 900㎒는 적정 대가를 내고 정부로부터 사용권을 받은 주파수입니다. 경쟁사는 CA를 이미 시작했습니다. 공정경쟁을 위해서는 KT가 인접대역을 확보해 광대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허용해야 합니다.”

▷유선전화 가입자는 계속 감소하고, 이동통신 시장도 포화상태입니다. 성장동력을 어디서 찾고 있습니까.


“유선전화 등 주요 사업 매출이 급감하는 상황에서도 KT가 매출과 이익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혁신의 결과입니다. 이동통신 사업이 일정 역할을 하고 있지만 나머지는 철저히 컨버전스(융합) 분야에서 나옵니다. IPTV는 명실공히 1위를 유지하면서 관련 비즈니스를 계속 만들고 있습니다. 디지털 음악서비스 ‘지니’ 등 가상재화의 해외시장 진출도 추진 중입니다. 인수합병한 비씨카드, KT렌탈, KT스카이라이프 등도 성장하고 있습니다.”

▷융합 사업과 글로벌 진출에도 역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엔터프라이즈(기업) 시장도 중요합니다. 이번에 문자를 고객 상담서비스에 접목한 ‘올레 문자고객센터’를 선보였습니다. 음성 ARS를 운영하는 기업에 모두 적용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통신기술(CT)과 정보기술(IT)을 결합하면 새로운 가치와 시장이 만들어집니다. 관제 분야 등 기업 시장은 더욱 커질 겁니다. KT가 글로벌&엔터프라이즈(G&E) 부문을 둔 것도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뒀기 때문입니다. 경쟁환경은 녹록지 않지만 비전을 갖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유무선 브로드밴드 시대에 KT의 강점은 뭐라고 생각합니까.


“KT는 2009년 9월 무선데이터 요금을 88% 낮추고, 아이폰을 도입해 스마트 혁명을 이끌었습니다. 와이파이도 마음껏 쓸 수 있게 했습니다. 다음 단계는 ‘올아이피’입니다. 올아이피는 유선과 무선이 인터넷프로토콜(IP) 기반으로 끊김없이 연결되는 것을 말합니다. LTE가 등장하면서 무선도 IP화가 됐고, LTE-A는 유선 인터넷보다 속도가 빠릅니다. 앞으로 기가 인터넷도 도입됩니다. 지금과 전혀 다른 서비스와 비즈니스가 만들어질 겁니다. KT는 세계 최고의 유·무선 네트워크와 가장 많은 IP 가입자를 기반으로 올아이피 시대를 선도하겠습니다.”

▷최근 이동통신 시장의 보조금 경쟁이 주춤하고 있는데요.

“과거에는 최신 스마트폰도 두 달만 지나면 ‘버스폰(버스요금만큼 싸게 파는 폰)’이 됐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거라고 봅니다. KT는 2011년 휴대폰 공정가격 표시제도인 ‘페어프라이스’ 정책을 도입했습니다. 매장에서 휴대폰 가격을 표시해야 소비자가 정보를 얻고 비교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보조금 혜택이 일부에만 돌아가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제조사들이 최근 단말기 출고가를 10만원 이상 낮췄습니다. 글로벌 트렌드인 페어프라이스 취지에 공감한 것이라고 봅니다.”

▷올해 실적은 어떻게 전망합니까.

“주파수 경매 등 변수가 많아 예측하기 쉽지 않습니다. LTE는 가입자 기준 2위에 오르며 경쟁력을 회복했습니다. ‘2배 혜택’ 프로그램의 진정성이 충분히 전달된다면 소비자들이 KT를 더 많이 찾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동통신 가입비 인하는 실적에 안 좋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으로 기가 인터넷, LTE-A, 스마트 IPTV 등 투자가 예정돼 있습니다. 통신사들이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가 필요한데 아쉽습니다. 통신사가 미래 투자를 못한다면 국가경쟁력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