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레미콘·동양·성신양회·대상·한샘·금성출판사 등 공공입찰 '위장 中企' 36곳 퇴출
위장 중소기업을 내세워 ‘중소기업만 참여할 수 있는 공공구매(조달) 시장’에 참여해온 대기업이 무더기 적발됐다. 쌍용레미콘 7개사, 성신양회 6개사, 동양그룹과 유진이 각각 5개사, 삼표 4개사, 한국시멘트 2개사, 한일산업 1개사 등 레미콘 분야에서만 30곳이 적발됐다. 대상(식품가공)과 한샘·리바트(이상 가구) 금성출판사(전산) 네패스(경관조명기구) 다우데이터(소프트웨어개발) 등도 위장 중소기업을 운영했다.

○레미콘, 공장·시설 임대 많아

중소기업청은 이들 36개사가 지난해 중소기업 전용 조달시장에서 708억원어치를 납품했다고 27일 발표했다. 중기청은 이들을 조달시장에서 퇴출시키고 소기업 제품을 우선 구매하는 ‘소기업제품 우선구매제도’를 실행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에만 납품 자격이 주어지는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 시장은 지난해 약 20조원 규모였다. 위장 중소기업은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적발됐다. 업종별로는 레미콘, 지역별로는 대전 세종 충남이 많았다. 한정화 중기청장은 “레미콘 공장 임대를 2008년 6월 허용하는 쪽으로 한국산업규격(KS)을 바꾼 데다 세종시를 중심으로 공공부문 건설 수요가 증가해 위장 중소기업을 통한 대기업의 사업 참여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예컨대 쌍용레미콘은 자사 임원이었던 김모씨에게 충남 논산에 자체 생산능력이 없는 중소 레미콘업체를 설립하게 한 뒤 공장과 토지, 시설 등을 빌려주는 방식을 썼다. 쌍용레미콘은 이 같은 방법으로 전남 광양시, 경기 평택시, 세종시 등 전국에 7개 중소기업을 설립, 지난해 71억원어치를 납품했다.

○대표 겸임, 지분 보유 등 다양

식품업체인 대상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진영식품이 문제가 됐다. 가구업체 한샘은 최양하 사장이 대표를 겸임하고 있는 한샘이펙스, 리바트는 건물을 빌려준 쏘피체가 각각 위장 중소기업으로 분류됐다.

금성출판사는 ‘대기업이 지분 30% 이상 보유하거나 대기업 대표가 임원을 겸임하는 중소기업은 경쟁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는 규정을 위반했다. 이 회사가 지분 49.6%를 갖고 있는 푸르넷닷컴은 작년 지방자치단체와 초등·중학교가 발주한 온라인 교육사업에서 11억원어치를 납품했다.

○정부, 소기업제품 우선 구매

정부는 영세 소기업의 조달시장 참여를 늘리기 위해 ‘소기업제품 우선구매제도’를 신설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 가운데 전년도 소기업 수주 비율이 20% 미만이고 직접생산 확인서 보유기업 중 소기업 구성 비율이 30%를 넘는 품목이 대상이다. 이달 말까지 대상 제품 지정요건 등을 정할 예정이다.

중소기업 경쟁시장에서 ‘소기업 우선’ 구매 품목을 정하면 중기업이 역차별 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청장은 “조달시장에서 소외된 영세 소기업에 기회를 확대해 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