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의 종착역' 파텍 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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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스타일 - 임현우 기자의 '그 남자의 명품'


174년 역사…4대 걸쳐 가족경영

어떤 시계도 이르지 못한 수준에 도달한 ‘명품 중의 명품’이란 뜻입니다. 그렇다면 파텍필립은 왜 명품일까요. 사실 처음 이 시계를 본 분들은 가격 때문에 놀랍니다. 특별한 장식이 없는 기념시계 스타일도 3000만원대, 이런 저런 기능이 추가되면 금세 수억원이 넘어갑니다.
아무에게나 팔지 않는 ‘특별함’

희소성을 철칙으로 삼는 파텍필립은 한 모델을 아무리 많아야 몇백개 정도만 만듭니다. 파텍필립은 디자인, 부품 생산, 조립, 마감 처리, 유통까지 모든 과정을 일괄적으로 관리하는 몇 안 되는 회사입니다. 핵심 부품인 무브먼트(동력장치) 개발에 3~5년씩 투자하고, 시계 하나를 완성하기까지 기본적으로 1200개 공정을 거쳐야 한다고 합니다.
클래식 시계 표본 ‘칼라트라바’

그렇다고 단순한 디자인만 있는 건 아닙니다. 훨씬 젊고 스포티한 느낌의 ‘노틸러스(Nautilus)’ 컬렉션을 볼까요. 1976년 처음 나온 이 시계는 스틸 소재 몸체, 둥근 모서리의 팔각형 디자인, 120m 방수 기능 등으로 파격적이란 평을 받았고 이후 파텍필립의 또 다른 간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파텍필립의 기술력을 상징하는 작품은 1989년에 나온 창립 150주년 기념 ‘칼리버(Caliber) 89’입니다.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회중시계’로 통합니다. 9년에 걸쳐 완성한 이 시계엔 무려 33가지 기능이 작동합니다. 시·분·초 외에도 별자리표, 달의 모양, 계절, 온도 등 시계에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게 다 들어 있죠. 2001년 내놓은 손목시계 ‘5002 스카이문 투르비용(Sky Moon Tourbillon)’도 시계 앞·뒷면을 모두 활용해 12개 기능을 한번에 구현해낸 역작으로 꼽힙니다.
“당신은 파텍필립을 소유한 것이 아닙니다. 다음 세대를 위해 잠시 맡아두고 있을 뿐입니다.” 파텍필립의 유명한 광고 문구입니다. 여러 세대를 이어갈 최상의 시계를 만들겠다는 ‘깐깐함’에서 명품다움이 느껴지지 않나요.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