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가보지 않았던 곳에 처음으로 발을 디딘다는 불안감은 상상 이상입니다.” (남영호 엠티쿼터 원정대장)

1000㎞가 넘는 끝없는 모래벌판. 단일 규모로는 세계 최대 사막인 엠티쿼터 얘기다. KBS 원정대(대장 남영호)가 이 사막을 세계 최초로 40여일에 걸쳐 도보 횡단했다. 한국 원정대가 세계적인 미개척 오지를 처음 탐험한 것도 전례가 없다. 엠티쿼터는 현지어로 루발할리(빈공간)이란 뜻으로 예멘, 오만,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4개국에 걸쳐있다.

원정대 멤버는 세계 10대 사막 횡단에 도전 중인 남 대장, 자전거 여행가인 스페인인 아구스틴 아로요, 보디빌더 출신의 트레이너 이시우로 구성됐다. 체력은 둘째가라면 서러운 이들이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엠티쿼터는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오히려 엠티쿼터의 관문인 남부 오만의 도파산맥에서부터 길을 잃고 고생해야 했다. 아로요 씨는 “산을 건너자마자 쓰러져 죽는 줄 알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본선’인 사막에서의 어려움은 더했다. 물 부족으로 팀원이 탈수로 쓰러진 상태에서도 12시간 넘게 보급품이 도착하지 않아 생명의 위기를 맞기도 했고, 취재진의 장비가 모래사막에 휘말려 녹화 자체가 무산될 뻔 하기도 했다. 엠티쿼터에서도 지형이 험하기로 유명한 움사사민(독극물의 어머니라는 뜻)에서는 낙타 발에도 물집이 잡히고 낙타몰이꾼까지 피를 토했다.

길고 위험했던 탐험은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는 게 원정대의 전언이다. 수천년간 사막에 터를 잡고 있는 베두인과의 만남, 황량한 사막 밑에서 살아숨쉬는 생물들, 최근까지 인간의 발길 조차 닿지 않았던 사막에도 불어닥친 개발열풍 등. 이전엔 좀처럼 보기 힘든 풍경들이 KBS 취재진의 화면에 담겼다.

원정대의 모험은 KBS 파노라마 ‘세계 최초 1000㎞ 엠티쿼터를 가다’(연출 조영중)에서 확인할 수 있다. 1부 ‘모래파도 속으로’가 20일(목) 저녁 10시, 2부 ‘아라비아의 심장’이 27일(목) 저녁 10시에 각각 방송된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