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전력 450만㎾ 밑돌아
3일 올 두번째 '준비' 경보

3일 오후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20층 챔버라운지. 서울 한낮 기온이 28도까지 치솟은 이날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전기를 많이 쓰는 20개 기업 임원과 간담회를 열었다. 회의장 안은 후텁지근했다.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은 배포된 유인물로 부채질을 하거나 손수건을 꺼내 이마에 흐르는 땀을 연신 훔쳤다. 기업들에 절전을 당부하는 자리인 만큼 냉방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참석자는 정재륜 삼성전자 부사장, 김영환 현대제철 부사장, 권오준 포스코 사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 이선규 한주 사장, 임민규 OCI 부사장 등 철강 화학 정유 전자·반도체 기업 임원이었다.

윤 장관은 먼저 원전 비리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시험 인증기관의 성적서 조작으로 원전 세 기의 가동이 중지돼 과거 어느 때보다 위기상황이란 말씀을 드린다”며 “과거부터 이어져 온 원전업계의 잘못된 유착관계를 끊기 위해 철저히 조사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절전 실천 의지를 보이면서도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영환 현대제철 부사장은 “전력 감축량이 많았던 지난해 8월을 기준으로 강제 감축을 하는 것은 너무 힘들다”며 “기준 시점을 6~7월로 조정해 주기 바란다”고 건의했다.
김동철 에쓰오일 CEO대리는 “정부 정책에 적극 호응하겠다”면서도 “정유공장은 24시간 연속 공정이기 때문에 참여가 제한적인 현실을 감안해 달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업계 관계자들이 전력 감축을 한꺼번에 몰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자 산업부는 즉각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간담회 시작 30분 전에는 순간 예비전력이 450만㎾ 아래로 떨어지면서 올여름 들어 두 번째로 전력경보 1단계인 ‘준비’가 발령됐다. 예비전력은 전력 수급 안정화를 위해 남겨둬야 하는 최소한의 전력량이다. 450만㎾를 밑돌면 전력 수급이 불안한 것으로 여긴다. 전력경보는 예비전력량에 따라 △준비(500만㎾ 미만) △관심(400만㎾ 미만) △주의(300만㎾ 미만) △경계(200만㎾ 미만) △심각(100만㎾ 미만) 등 총 5단계로 나뉜다. 이날 오후 한때 예비전력이 300만㎾대로 내려가기도 했지만 20분 이상 지속되지 않아 ‘관심’ 경보는 울리지 않았다.
조미현/박해영/서욱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