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바그너, '탄호이저' 서곡
22일로 탄생 200주년을 맞는 리하르트 바그너는 19세기 예술분야의 스티브 잡스에 해당한다. “세상은 불세출의 천재인 나를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빌린 돈은 갚지 않았으며, 어려운 시기에 도와준 은인의 아내와 사랑에 빠졌는가 하면, 그를 추종한 지휘자 한스 폰 뷜로의 아내였던 코지마를 빼앗아 두 번째 아내로 삼았다. 게다가 바이에른 국왕의 도움으로 세운 바이로이트 축제극장에서는 오직 자신의 작품만 공연할 수 있도록 했으니 얼마나 ‘나쁜 남자’인가. 그렇지만 그는 꿈으로만 존재했던 총체예술로서의 오페라를 일거에 구현한 혁명가였다. ‘탄호이저’처럼 쉬운 오페라로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었지만 바그너는 이 작품을 끝으로 전통과 이별하고 자신의 이상을 향해 투쟁의 길을 떠났으며 결국 유럽 예술계를 뒤흔들었다.

유형종 < 음악칼럼니스트 무지크바움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