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대형주를 살 기회.”

프랭클린템플턴에서 한국 및 동남아시아 지역 주식 운용 및 리서치를 담당하고 있는 사이먼 루돌프 부사장은 1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증시에서 엔화 약세의 영향이 과장돼 있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 악재일 수 있으나 한국 기업들도 비용 절감과 구조조정 등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증시에 중장기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 기업들은 일본뿐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 기업과도 경쟁하기 때문에 엔저(低)로 패자가 된다는 인식은 지나치게 단순하다”고 덧붙였다.

루돌프 부사장은 오히려 지금이 저평가돼 있는 대형주를 살 호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대모비스처럼 수출 기업에 부품이나 소재를 공급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에 주목하고 있다”며 “정보기술(IT), 자동차, 철강, 조선 업종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기업들은 당분간 실적이 악화되더라도 충분히 되살아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가치투자자 입장에서 단기 악재로 실적이 나빠져 주가가 빠져 있을 때가 오히려 경쟁력 있는 기업을 살 기회”라고 말했다.

'엔저 공포' 지나치게 과장됐다
중국 수요 감소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입장이었다. 루돌프 부사장은 “중국 수요 부진은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모두 겪고 있는 문제”라며 “게다가 중국 내에서 어떤 경제적 변화가 발생하고 있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동이나 아프리카 등지에서 한국 수출이 늘어나면서 대중국 의존도가 감소하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매년 5~6차례 한국을 방문해 기업 탐방에 나선다. 이번에는 “박근혜정부의 경제 정책과 그 영향을 살피기 위해 왔다”며 “내수주 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 이야기를 써나갈 수 있을지 중점적으로 알아보려 한다”로 설명했다.

루돌프 부사장은 일본 증시에 대해서는 다소 비관적이었다. “양적완화 정책은 하방 리스크를 완화시킬지 몰라도 경제를 위로 이끌지는 못한다”며 “일본 기업들의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이나 총자산순이익률(ROA)에 추세적인 개선 조짐이 보이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급격한 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 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해결책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일본 기업의 경영 행태도 변화하고 있지 않아 일부 수출 기업만 이득 보는 데 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일본 증시에 몰렸던 자금이 ‘희망에 샀다가 현실에 되파는’ 경험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동남아시아 증시에 대해서는 “전체적으로 이미 많이 오른 상태”라며 “일부 종목을 제외하면 증시 전체의 추가 상승 여력은 소진돼 있다”고 분석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