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창신동에 사는 H씨 부부는 매월 나가는 월세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정부에서 지원을 못 받는다. 소득이 101만원이어서, 2인가구 최저생계비 기준선인 97만원을 아슬아슬하게 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년 기초생활보장제도가 개편되면 H씨 부부는 주거비 지원 대상자로 분류돼 임차료를 지원받게 된다. 개편안의 주거 급여 기준선이 현재 최저생계비 기준보다 완화되기 때문이다.

내년 10월부터 극빈자인 기초생활수급자(최저생계비 100%, 4인가족 기준 월소득 154만원 이하)뿐 아니라 중산층(중위소득의 50~150%) 소득에 못 미치는 저소득층도 국가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정부는 14일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사회보장위원회를 열고 현재 기초생활수급자를 중심으로 몰아주는 생계, 주거, 의료, 교육 지원 등을 분리해 중위소득의 50%(192만원) 이하인 사람들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키로 의결했다. 지원 범위를 절대빈곤선인 최저생계비의 100%에서 상대빈곤선인 중위소득의 50%로 변경해 대상자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중위소득의 50%면 최저생계비의 124% 정도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생계비 지원은 중위소득의 30%(월 소득 115만원) 이하, 의료비와 교육비는 각각 중위소득의 40%, 50%까지 대상자가 확대된다.

현재 생계비와 묶어서 현금으로 주고 있는 주거비는 별도로 떼어내 중위소득의 40~50% 사이에서 기준선을 추후 확정할 계획이다. 개편안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기초생활보장제도 어떻게 바뀌나…중산층 미만 모두 생계비 등 지원

▷가장 큰 혜택은 누가 보나.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00~120% 선인 현재의 차상위 계층이다. 이들은 지금은 별도의 현금지원을 받지 못한다. 빈곤층이면서도 생계 주거 의료 등 7가지 혜택을 모두 받는 기초수급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제도가 바뀌면 학생이 있으면 교육비를, 환자가 있으면 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빈곤정책 대상자는 340만명에서 43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복지부는 내다봤다. 이 중 실제 혜택을 받는 사람도 222만명에서 340만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기존 수급자 혜택은 줄어드나.

현금지원은 줄어들 수 있다. 지금은 생계비와 주거비를 합쳐 현금으로 주는데 이를 나눠서 주기 때문이다.

실제 주거비가 필요없는 사람은 못 받게 되고, 자가 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은 수리비 형태의 현물로 제공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들을 위해 복지부는 기존 현금 지원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경과조치를 마련할 계획이다.

▷중위소득은 뭔가.

국내 모든 가구를 소득기준으로 한 줄로 세웠을 때 한가운데 소득을 말한다. 개편 시 지원대상에 포함되는 중위소득 50%는 4인기준으로 월소득 192만원 수준으로 최저생계비의 124% 정도다.

기존 차상위계층(최저생계비 120%)의 4인기준 월소득 186만원보다 다소 높다.

▷부양의무자 기준 어떻게 바뀌나.

빈곤층인데도 자식 등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 부양의무자 기준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월소득 400만원의 4인가구 가장인 아들과 홀로 사는 어머니가 있다고 가정하자. 지금은 부양의무자 기준이 4인가구를 기준으로 월소득 392만원이기 때문에 어머니는 지원을 받을 수 없다.

그러나 개편안에선 부양의무자 기준이 기존 392만원에 1인 최저생계비 57만원(부양비)까지 더해 449만원이 되기 때문에 어머니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부양의무자 혜택을 보는 사람은.

대략 15만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복지부는 앞으로 주거와 교육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더욱 완화할 예정이다.

▷추가로 얼마나 돈이 드나.

2017년까지 6조9000억원 정도가 더 필요하다. 내년 하반기 9000억원, 해마다 1조5000억원씩 더 들어갈 예정이다.

▷개편안은 언제부터 시행되나.

내년 10월 예정이다. 시행 1년 전인 오는 10월에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시행방안을 확정한 후 하반기 안에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김용준/고은이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