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품질 경쟁력 확보를 위해 특수강·철분말 등 차량용 소재 분야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정몽구 회장이 2010년 1월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1고로 화입식에서 첫 불씨를 붙이고 있다. 한경DB
현대차그룹이 품질 경쟁력 확보를 위해 특수강·철분말 등 차량용 소재 분야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정몽구 회장이 2010년 1월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1고로 화입식에서 첫 불씨를 붙이고 있다. 한경DB
정몽구, 1조 투자로 '품질 1등' 승부수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또 한 번 ‘품질 1등’을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2006년 제철사업 진출로 강판-완성차 생산체계를 구축한 데 이어 이번엔 엔진·변속기용 특수강과 철분말 등 소재 분야 투자에 나섰다. 세계 자동차 업체 중 최초로 ‘소재-부품-완성차’로 이어지는 일관 생산체제를 구축하겠다는 프로젝트다.

현대차의 이 투자는 올 들어 30대 그룹이 내놓은 투자 계획 중 최대 규모다. 경기 침체 속 대기업이 투자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에 부합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게 재계 평가다.

◆소재 국산화로 품질경쟁력↑

현대차그룹이 29일 내놓은 투자 대상은 특수강과 철분말 등 두 분야다. 특수강은 엔진과 변속기 등을 만드는 데 쓰이는 소재다. 세아베스틸 등 국내 일부 업체가 생산하고 있지만 해외에서도 국내 수요의 32%에 달하는 231만t을 수입한다.

커넥팅로드 등 엔진·변속기의 핵심 부품을 만드는 데 쓰이는 철분말은 전량 해외에서 들여온다. 일각에선 현대차그룹의 특수강 시장 진출로 공급 과잉이 발생, 기존 업체들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현대차 측은 “국내 특수강 품질이 해외보다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경쟁이 심화된다는 지적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소재 국산화로 수입물량을 줄이면 무역수지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특수강·철분말 공장 신설에 이어 오는 9월 현대제철 고로3기가 완공되면 현대차와 현대제철, 현대하이스코 등 세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해 초경량 소재 등 차세대 강판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첨단소재 개발 전쟁’을 벌이는 경쟁사들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미국 GM과 포드 등은 AK스틸, 아르셀로미탈 등과 제휴해 차량 소재 경량화를 추진 중이다. 폭스바겐은 아르셀로미탈과, BMW 및 메르세데스 벤츠는 티센그룹과 기술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도요타와 혼다도 각각 신일본제철, 고베철강과 손잡고 초고장력 철강 소재를 개발 중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철분말, 특수강, 초경량강판 등 일관 생산체제를 갖추면 도요타, BMW 등과 품질 격차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자리 2만2200개 창출

현대차그룹의 이번 투자 결정은 대기업이 설비투자를 늘려 일자리 창출에 나서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올해 경기 침체 여파로 주요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가운데 1조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계획을 내놓은 곳은 현대차그룹이 처음이다.

1조1200억원 투자의 전후방 효과는 상당할 전망이다. 특수강 공장 신설로 2만600개의 일자리와 5조6700억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철분말 공장 신설로 1600개의 일자리, 4400억원의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 17일 물류·광고 부문 내부거래를 중소기업에 개방하기로 한 데 이어 설비투자를 확대하는 등 대기업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게 그룹 경영진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태명/김대훈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