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급성장이 스위스 구했다…주가 1년새 28% 뛰고 실업률은 2%대 유지
스위스 경제가 제조업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 상당수 유럽 국가들이 재정위기로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스위스가 나름 선전하는 것은 제조업의 힘 때문이라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금융 부문이 위축됐지만 시계, 항공기 의자 등 세계를 선도하는 기술 수준을 갖춘 제조업이 스위스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스위스 제조업 부문은 58만8000개가 넘는 신규 일자리를 창출했다. 은행, 보험사 등이 15만2000명의 정규직을 고용한 것에 비해 4배 많은 수치다. UBS를 비롯해 스위스 대형 은행들이 2007년 이후 5년 동안 1만개 넘는 일자리를 없앴지만 스위스의 실업률이 3% 정도에서 관리되는 것도 같은 기간 제조업에서 800만개 이상의 신규 일자리가 생겼기 때문이다.

스위스 발전설비 기업인 ABB그룹의 후베르튀스 본 그루언버그 대표는 “스위스 경제에서 금융산업의 중요성과 규모가 과장된 데 비해 정밀공업, 시계 제작, 의료산업 등은 과소 평가돼 있다”며 “제조업 부문을 모두 합쳤을 때 스위스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고 말했다.

스위스 제조업은 고가 제품 위주다. 루프트한자 등에 비즈니스 클래스용 의자를 납품하는 란탈 텍스타일이 대표적이다. 치즈용 포장재와 커튼을 만들던 이 회사는 항공기 등에 들어가는 고급 섬유를 개발, 세계에서 유일하게 카펫부터 의자까지 모든 종류의 섬유를 제공하고 있다. 란탈이 있는 베른주는 실업률이 2.5%에 불과하다.

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에도 적극적이다. 글로벌 제약회사 노바티스와 시계 브랜드 스와치는 지난해 특허 신청을 가장 많이 한 기업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세계경제포럼은 지난해 발간한 세계경쟁력 보고서에서 스위스를 가장 경쟁력 있는 국가 1위로 선정했다. 블룸버그통신은 “2005년 이후 전통적인 제조업 강국인 일본, 독일의 성장속도가 둔화되는 가운데 스위스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스위스 1인당 산업생산은 1991년 7177달러에서 2010년 1만2260달러로 증가해 가장 높은 산업 생산성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스위스의 성장은 글로벌 증권시장에서도 나타난다. 스위스 우량 기업 20개의 주가지수를 나타내는 SMI는 지난 12개월 동안 28% 상승했다. 같은 기간 프랑스와 독일 지수는 18%, 16% 오르는 데 그쳤다. 피터 첸 스위스취리히연방공과대학 교수는 “스위스는 제조업 중심의 경제를 지속할 것”이라며 “서비스 집중형 경제로 옮기는 것은 실수”라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