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3가에 있는 귀금속상가 직원들이 찾는 사람이 없는 가게를 지키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peter@hankyung.com
서울 종로3가에 있는 귀금속상가 직원들이 찾는 사람이 없는 가게를 지키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peter@hankyung.com
서울 종로3가 대형 귀금속상가는 지난 주말 한산했다. 4월과 5월 주말은 예물을 맞추러온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때다.

이곳에서 13년째 장사를 하고 있는 ‘A골드’ 김길자 사장은 기자를 만나자 얼굴부터 찡그렸다. 그는 “장사가 안 돼서 죽겠다”며 “봄철 예물 시즌인데 이렇게 파리 날리기는 정말 오랜만”이라고 말했다.

울상은 상가 업주들뿐만이 아니었다. 귀금속 빌딩인 효성 쥬얼리시티에서 만난 한 커플은 2시간 동안 예물 가격을 알아보다 계약을 하지 않은 채 발걸음을 돌렸다. 지미연 씨는 “금값이 떨어졌다는 뉴스가 연일 나오는데 왜 보석 가격은 안 내리고 그대로인지 모르겠다”며 “지금처럼 금값이 계속 내려간다면 더 기다려보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변동 심하면 안 팔려”

金 세공업계 "인건비조차 감당 힘들다"
최근 금 가격은 들쭉날쭉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금값은 29일 순금 1돈(3.75g) 가격이 21만3000원이었다. 열흘 전인 4월19일(20만8000원)에 비해서는 올랐고 보름 전(4월11일, 22만5000원)에 비해서는 떨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 시장은 잔뜩 위축돼 있다. 가격 변동성이 높아지는 바람에 소비자들은 손해보지 않을까 걱정이고, 판매자들은 재고를 잘못 안았다가는 큰 손해를 보지 않을까 전전긍긍이다.

귀금속상가에서 만난 업주들은 “일정한 가격이 3개월 이상 유지돼야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지갑을 연다”고 입을 모았다. ‘언제 또 떨어질지 모르는데 굳이 지금 구입하겠느냐’는 얘기다. 금값이 고점을 찍었을 때는 비싸서 안 팔렸고, 지금은 가격이 내려갔기 때문에 더 안 산다는 것이다.

금을 팔러오는 사람도 없다. 그러다 보니 금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이 떨어진 상태다. ‘성심당’의 박우철 사장은 “수요가 10% 줄었다”고 했다.

◆“인건비 맞추기조차 어려워”

금 세공업자들도 마찬가지다. 이황재 쥬얼리산업연합회장은 “금은 환금성이 높은 상품이기 때문에 가격 변동에 매우 민감하다”며 “수공료가 들어가기 때문에 금값이 20% 내려간다 하더라도 실제 귀금속 가격은 10%밖에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A골드의 김 사장은 “네 달 전 주문해 놓은 반지와 귀고리 목걸이 세트를 아직도 팔지 못했다”며 “유행까지 바뀌면 큰일”이라고 걱정했다.

귀금속 상가 뒤편에 있는 귀금속 세공 업자들은 주문물량 감소를 피부로 느낀다고 말한다. ‘하나 쥬얼리’라는 조그만 공장을 운영하는 이재호 사장은 “귀고리는 만드는 일은 10분도 안 걸리는 단순한 작업인데 얼마 전부터는 인건비를 맞추는 것조차 어렵다”며 “매출이 올해 들어 20%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지난해 직원을 절반으로 줄였다.

고무로 만든 주물에 초를 넣어 모양을 만든 뒤 금을 붓는 주물수리업체인 ‘성현종합수리’ 최모 사장은 “경기가 좋지 않아 규모가 큰 주변 거래 공장 가운데 망하는 곳이 꽤 있다”며 “그런 곳에 있던 사람들이 나와 자기 공장을 차리는 사람들이 많아 경쟁은 예전보다 더 심해졌다”고 설명했다.

김정은/은정진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