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노원동에 있는 월드트렌드 공장에서 이 회사 직원이 생산된 안경테를 살펴보고 있다. 김덕용 기자
대구 노원동에 있는 월드트렌드 공장에서 이 회사 직원이 생산된 안경테를 살펴보고 있다. 김덕용 기자
“세계경제가 침체라고요. 수출물량이 넘쳐 공장을 완전히 가동해도 감당하지 못할 지경입니다.”

29일 대구 노원동에 위치한 안경테 제조업체 월드트렌드(대표 배유환)의 생산공장에 들어서자 마주치는 직원마다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한 모습이 역력했다. 이 회사는 피부 알레르기가 발생하지 않는 안경테를 개발해 지난해 약 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배 대표는 “매년 수출 비중이 10%가량 늘고 있어 설비투자는 물론 인력을 더 확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처럼 최근 들어 대구의 안경산업이 지역경제를 키우는 주력 업종으로 부활하고 있다. 이는 기업들이 끊임없는 기술 개발과 제품 고급화를 위해 노력해온 결과다.

◆불황 벗어나 부활 날갯짓

신소재·고급화 올인…대구 안경 '부활 찬가'
대구의 안경업체 수는 2001년 649개로 전국(765개)의 약 84%가 몰려 있었다. 하지만 인건비 상승과 저가의 중국산 제품으로 이중고를 겪으면서 2008년 321개, 2009년 288개로 급감했다. 하지만 최근 신소재를 이용한 안경테·선글라스 생산이 늘면서 업체 수가 517개(전국 770개), 종사자 수도 3000여명(전국 6200여명)으로 증가했다.

대구지역 안경기업들의 수출도 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지역 안경테 수출액은 1억4600만달러로 전년(1억58만8000달러)보다 45%, 2008년(8979만달러)에 비해 63% 증가했다. 선글라스도 지난해 611만2000달러어치를 수출해 전년(509만5000달러)보다 20%, 2008년(432만5000달러)보다 41% 늘었다.

특히 품질 규제가 까다로운 일본과 중국으로의 수출도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안경테·선글라스의 일본 수출은 지난해 4272만달러로 전년(2203만달러)보다 93%가량 늘었다. 중국 수출도 지난해 1230만달러를 기록, 전년(787만달러)보다 56%나 증가했다.

고영준 한국안경산업지원센터 본부장은 “일부 업체들은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주말에도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며 “안경업체가 밀집된 대구 3공단은 불황을 모른다”고 설명했다.

◆신기술개발·고급화로 부활

10년 이상 암흑기를 보낸 대구 안경업계의 부활은 기술 개발과 고급화 전략 덕분이다. 삼원광학(대표 이윤호)은 5년 동안 기술 개발을 통해 자체 브랜드 ‘카이스트’를 출시해 매년 20% 이상 성장하고 있다. 아이풀광학(대표 이장국)도 3년 전부터 TR뿔테 제품을 출시하고 판로 개척에 힘을 쏟은 결과 지난해 초 룩옵티컬과 4억원의 공급계약을 맺었다. TR소재를 이용하면 일반 안경테(25g)보다 무게가 3분의1 수준(8g)으로 줄고 착용감도 좋아진다. 이 회사 이장국 대표는 “기술 개발을 통해 변화하는 추세에 빨리 적응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2004년 설립된 한국안경산업지원센터도 대구 안경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고 있다. 해외 바이어 발굴과 계약 주선, 기술 개발, 제품 홍보 등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는 게 기업들의 설명이다.

◆작업환경 개선은 해결 과제

대구 전체 517개 안경제조업체 가운데 종업원이 4명 이하인 가내수공업 형태의 영세 소규모 업체가 400개로 77%에 이른다. 20~49명인 업체는 21개, 50~100명인 업체는 한 곳도 없다. 전문가들은 이들 소규모 영세업체들을 한곳에 모아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안경 통합비즈니스센터 건립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문희 대구경북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통합비즈니스센터가 건립되면 소규모 영세 업체들도 고가의 첨단장비나 연구 인력 활용이 가능해 작업 환경이 개선되면서 생산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김덕용 기자 kim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