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아시아 유통 1등 목표"
'軍 생활 중 자격증 10개'…기사 보고 충격
취업 컨설팅?…차라리 마트 알바 해보세요
나라고 왜 못해…2년 간 독학…13개 따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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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 구리점의 생활용품 영업담당 신입사원 김인석 씨 이야기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잠실역 롯데마트 본사에서 만난 김씨는 “제 자취방엔 평생 쓸 롤티슈, 치약, 칫솔, 샴푸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며 “한번 오셔서 마음대로 가져가세요”라고 농담을 건넸다.
그는 “신제품을 제가 먼저 써보지 않고 어떻게 고객들께 권해드릴 수 있겠어요”라며 자칭 ‘생활용품 얼리어답터’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짙은 눈썹에 검은색 구두와 롯데마트 사원복 차림의 김씨는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화려한 ‘스펙’보다는 오로지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과 근성으로 롯데마트 배지를 단 그의 경험과 작년 7월24일 입사 후 8개월 동안의 좌충우돌 이야기를 들어봤다.
○2년 새 자격증만 13개
2009년 대학 2학년, 어느덧 나이는 24세. 복학생 김씨는 20대 중반을 향해 무의미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신문의 피플면 기사에 눈이 꽂혔다. ‘군 생활 중 자격증 10개 딴 소대장’. 엄청난 충격이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자격증을 10개 이상 땄다는 여고생 기사도 나왔다. “취업이 어렵다는데 자격증을 많이 따는 것이 하나의 돌파구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 딴 자격증은 컴퓨터활용능력 2급. 자격증 취득까지는 한 달 반이 걸렸다. 내친김에 MOS마스터·워드 1, 2급에다 유통관리사 2급까지 해냈다. “자신감이 생기니 더 어려운 자격증까지 도전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그는 이어 사무자동화산업기사·컴퓨터그래픽스운용기능사·텔레마케팅관리사·컴퓨터활용능력 1급과 비서 1급까지 땄다. 그렇게 2년간 취득한 자격증만 13개. 말이 13개지 쉽지는 않았다. “손가락이 부서질 정도로 필기하면서 공부했습니다. 그래서 단 한번도 떨어진 적이 없어요. 제가 생각해도 대단해요.” 오직 독학으로 공부해 13개의 자격증을 따는 데 든 비용은 불과 50만원 정도였다.
○면접 복장은 아르바이트로 해결!

요즘 많은 ‘취준생’들이 매달리는 취업컨설팅을 받아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자신이 정말 미친 듯이 사랑하고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으면 필요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옆자리에 함께 한 입사 동기 서지혜 씨(인사부)도 “면접컨설팅보다 롯데마트 알바 경험이 오히려 입사엔 더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맞장구를 쳤다.
작년 초 겨울방학에 했던 7주간의 인턴 경험은 유통맨의 기초를 닦는 시기였다. 쉬는 날엔 다른 대형마트 시장조사를 하고, 근무시간이 끝난 다음에도 영업 담당자를 도우며 늦게까지 남아 일을 마무리 지었다.
“인턴 기간 동안 제 삶은 롯데마트 강변점을 중심으로 이뤄졌어요. 어떤 일을 간절히 바라고 안달 난 상황이라면, 모든 생활이 그 일을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는 이렇게 영업담당자를 돕다 보니 자연스레 회식 자리에 참석하는 일도 많았다. “강변점 지점장은 제가 ‘개점 이래 최다 회식 참석 인턴’이라며 저의 적응력에 놀랐다고 말씀하실 정도였죠.”
○“1등 롯데마트 향한 밀알 되고 싶어”
인턴 후 최종면접을 앞두고 강변점의 한 ‘행복사원’(롯데마트의 물품진열과 매장관리를 담당하는 영업사원 또는 계산업무를 하는 캐셔)이 김씨에게 ‘빨간 팬티’를 선물했다. 꼭 좋은 결과를 기다린다며…. 그 빨간 팬티는 ‘행운 팬티’가 됐다. “최종 합격의 기쁨을 줬을 뿐 아니라 자동차가 폐차될 지경의 교통사고에서도 저를 지켜줬죠. 지금도 큰일이 있을 때면 행복사원에게 받은 행운 팬티를 입고 갈 정도예요. 그 누님께 너무 감사해요.”

그의 꿈에는 의욕과 열정이 넘쳐났다. “롯데마트의 목표가 2018년까지 ‘아시아 1등 유통기업’이 되는 것입니다. 저는 회사의 그 목표에 0.0001%만이라도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해요.”
쉬는 날에도 오전엔 마트에 나온다는 그에게 왜 그러냐고 묻자 “제가 롯데마트 구리점 생활용품 파트 사장이잖아요”라며 밝게 웃었다. 밤 9시에 인터뷰가 끝났지만 그는 뒷마무리를 위해 다시 롯데마트 구리점으로 향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