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판을 찾은 관광객이 해변의 리조트 풀장에서 코발트빛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사이판을 찾은 관광객이 해변의 리조트 풀장에서 코발트빛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비행기를 타고 서태평양을 향해 4시간만 가면 사계절 내내 남국의 열정이 넘쳐나는 북마리아나제도가 있다. 한국 관광객과 신혼부부들이 가장 많이 찾는 사이판과 아기자기한 풍광이 일품인 티니안, 로타 섬은 몇 번을 다녀봐도 또다시 찾고 싶은 곳이다.

좀 친숙해졌다고 사이판을 평범한 여행지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바다 휴양지가 갖춰야 할 조건을 두루 갖춘 환상의 섬이 사이판이다. 여행사들이 가장 안정적인 여행 상품 중 하나로 꼽을 정도로 천혜의 조건을 갖춘 곳이다. 단 며칠이라도 싱그러운 자연 속에서 휴양하고 싶다면 마리아나제도로 떠나보자.

◆파랗다 못해 보랏빛에 가까운 바다

사이판이 한눈에 보이는 타포차우산 정상.
사이판이 한눈에 보이는 타포차우산 정상.
해변 휴양지의 우열을 가리는 척도 중 하나가 바로 바다 색깔이다. 흔히
남태평양의 타히티, 인도양의 몰디브, 카리브해의 칸쿤(멕시코) 등을 최고로 치지만 이 섬들은 모두 하루 이상 비행기를 타고 가야
겨우 닿을 수 있는 곳이다. 한국에서 반나절 만에 닿을 수 있는 휴양지 중 사이판은 바다 물빛이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꼽힌다.
남중국해를 끼고 있는 동남아 휴양지 중 흡족할 만한 물 색깔을 가진 곳은 의외로 많지 않다.

사이판 바다가
코발트색으로 빛나는 것은 섬 주변을 둘러싼 산호초 때문이다. 산호초는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도 만들어준다. 산호초가 방파제 역할을
하며 거친 파도를 막아주는 것이다. 산호초는 형형색색의 물고기가 몰려드는 용궁도 된다.

마리아나제도의 형님
섬이라고 할 수 있는 사이판 섬은 제주도의 10분의 1 정도인 작은 섬이지만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니고 있는 보석 같은 곳이다.
이미 한국 관광객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는 곳이어서 새삼 설명이 필요할까 싶겠지만 그 비경들은 볼수록 감탄을 자아낸다.

사이판 관광의 시발점은 최북단 해안의 ‘만세절벽’. 태평양전쟁 말기 패색이 짙어진 일본군이 미군의 포로가 되지 않기 위해 80m
높이의 절벽 아래 바다로 몸을 던지며 “덴노이 반자이(천황 만세)”를 외쳤다고 해서 이렇게 불린다. 현지어로는 ‘작은
초원’이라는 뜻의 ‘푼탄 사바네타’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사이판의 서쪽 해안은 산호로 둘러싸여 있다. 해안이
낮게 형성돼 있어 스노클링, 패러세일링, 제트 스키, 호핑 투어 같은 다양한 해양 스포츠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동쪽 해안은
서쪽 해안과 달리 가파른 절벽과 맞닿아 있어 절경을 연출한다.

◆마나가하 섬의 풍광과 해안 절벽 위 골프장

사이판 동쪽의 라오라오베이 골프리조트.
사이판 동쪽의 라오라오베이 골프리조트.
사이판 바다 전체를 조망해 보려면 해발 473m의 타포차우산에 오르면 된다. 사이판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북서쪽으로는 스노클링
명소인 마나가하 섬이, 남쪽으로는 티니안·로타 섬이 한눈에 들어온다. ‘새섬’에서도 사이판 바다의 진수를 즐길 수 있다. 새섬은
산호초 위에 솟아 있는 작은 바위섬으로, 새가 많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낮에는 새가 별로 없지만 해질 무렵이면 하늘을 가득
메운 새들이 보금자리를 찾아들며 장관을 연출한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배경으로 짙푸른 바다와 하얀 석회석 새섬이 어우러져
관광객들은 카메라 셔터를 수없이 누른다. 새섬 주변 바다에서 거북이를 발견하면 아들을 낳는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어, 이곳을 찾는
신혼부부들은 주변을 한 번 더 둘러보게 된다.

사이판의 위성 섬인 마나가하 섬은 꼭 들러야 할 최고의
관광지다. 마나가하 섬을 보지 않으면 사이판에 가나 마나 하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사이판 최고의 명소로 손꼽히는 곳이다.
배로 15분이면 도착하는 마나가하는 고적하면서도 편안하다. 스노클링 같은 해양스포츠를 즐기는 이들도 있지만 한가로이 책을 읽으면서
편안하게 시간을 보내는 이들도 많다. 마나가하 섬에는 숙소가 없기 때문에 저녁이면 배를 타고 사이판으로 돌아와야 한다. 머물 수
있는 시간이 짧아서인지 순간순간이 모두 귀하게만 느껴진다.

사이판 섬 중앙의 타포차우 산줄기가 바라보이는 곳에
라오라오베이 골프리조트가 있다. 라오라오만을 발아래에 두고 산과 바다를 동시에 바라볼 수 있는 절경에 자리한 라오라오베이
리조트는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골프장이다. 라오라오는 현지 차모로어로 ‘굽이침’이라는 뜻. 라오라오의 골프 코스는 호주의
‘백상어’ 그레그 노먼이 설계해 더욱 유명하다. 2009년 12월에는 대우건설이 시공한 54개의 모던한 객실로 이뤄진 라오라오
리조트도 개장했다.

골프장은 동코스 및 서코스로 구성돼 있으며, 동코스는 4개 홀이 바다 쪽에 있어 사이판의
에메랄드빛 바다 풍경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블루티(Blue Tee) 기준으로 6334야드로 다소 전장이 짧은 편이나 2개
홀에서 바다를 넘겨야 한다. 서코스에는 열대 남태평양의 이국적 정취가 물씬 풍기는 나무와 연못이 널려 있고 평탄하게 설계돼 있다.
블루티 기준 전장이 6805야드로, 각종 토너먼트 행사가 자주 열리는 코스로 유명하다.

◆천사의 섬 티니안과 아기자기한 매력의 로타

사이판 최북단 해안의 만세절벽.
사이판 최북단 해안의 만세절벽.
사이판에서 남쪽으로 5㎞, 비행기로는 10분이면 도착하는 티니안 섬은 사이판 섬 못잖은 풍광을 자랑한다. 예전에는 사이판과 티니안을 오가는 배가 있었지만 지금은 경비행기가 주요한 운송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티니안은 중국인들에게는 천령(天靈)으로 불린다. 북마리아나제도는 1521년 에스파냐의 탐험가 마젤란이 발견한 뒤 1899년 독일이 소유권을 넘겨받기 전까지 에스파냐의 식민지였다. 1914년에는 일본이 점령했다.

티니안 섬은 사이판과 마찬가지로 제2차 세계대전 중 수많은 한국인이 징용으로 끌려와 비행장 건설 등에 투입됐고, 그중 상당수가
희생돼 우리 선조들의 한이 서린 곳이다. 외국인들에게는 미군이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할 때 B-29 폭격기를
발진시킨 곳으로 유명하다. 아직도 티니안 섬 활주로 한구석, 원자폭탄을 보관했던 장소에 표지판이 남아 있다.

로타는 사이판의 옛 모습을 간직한 아름다운 섬이다. 바위와 산호초가 마치 풀(pool)처럼 물을 담은 ‘스위밍 홀’, 1000여
그루의 팜트리가 하얀 산호모래 백사장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파우파우 비치는 천상의 세계라고 불릴 만하다. ‘로타
리조트&컨트리클럽’도 이 섬의 명소다. 섬의 중앙에 있는 송송빌리지 전망대에 서면 왼쪽으로 태평양, 오른쪽으로 필리핀해가
펼쳐진 가운데 웨딩케이크 산 등의 귀엽고 오밀조밀한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로타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서식하는 새들을 볼 수 있는 야생조류 보호구역인 버드 생추어리에는 예쁜 전망대와 아래로 내려가서 새들을 좀 더 가까이 관찰할 수
있는 계단이 설치돼 있다. 전망대에 서면 멀리 수평선이 내려다보이고,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절벽 아래 새들이 앉아 있는 정글이
펼쳐진다. 새들이 비상하는 아름다운 광경을 가끔씩 볼 수 있다.

[Travel] 코발트빛 바다…보고만 있어도 '힐링'

여행 팁 車 빌리는데 하루 50弗 … 해안길 따라 드라이브 해볼까

사이판까지 아시아나항공이 매일 직항편을 운항한다. 비행 시간은 4시간. 미국 자치령이지만 비자는 필요 없다. 공항 검색도 비교적
간단하다. 북마리아나제도는 연평균 기온이 27도 정도여서 딱히 여행하기 좋은 시기를 꼬집기는 어렵지만 우기가 시작되기 전인 5월이
가장 화창하다.

렌터카는 한국 면허증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호텔 프런트에 요청하면 하루 50달러 정도에
렌터카를 구할 수 있다. 사이판 전역에는 스파가 많다. 그중 만디 아시안 스파는 건물 안에 수영장과 마사지룸, 자쿠지 등의
시설까지 갖추고 있다. 라메르, 이사구아, 하나미츠 등이 유명하다.

라스베이거스 마술쇼를 보고 싶다면 하얏트
리젠시 사이판에서 샌드캐슬 쇼를 보면 된다. 정상급 마술사가 나와 미녀를 공중으로 부양시키거나 호랑이를 나타나게 한다.
마리아나관광청 한국사무소 홈페이지(mymarianas.co.kr) 참조. (02)777-3252

최병일 여행·레저 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