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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 유럽을 방문했을 때 처음 접한 아로마테라피와 허브를 이용한 천연향기 사업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시작하면 바로 성공할 것 같은 착각도 들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보다 저렴한 가격의 인공화학향을 선호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그래서 전략을 중도에 바꿨다. 건강보다 ‘향기마케팅’에 중점을 둔 영업을 펼쳤다.
향기마케팅이란 천연향으로 기업체 등의 성격에 맞는 고유의 ‘기업이미지(CI) 향기’를 개발하고 천연향 분사기를 달아 기업체의 정체성을 인식시키는 전략이다. 이런 전략은 보기좋게 맞아떨어져 천연향기 마케팅은 차츰 시장에서 뿌리를 내렸다.
이러한 전략은 가맹점주들이 현장에서 소비자들과 상담한 결과를 종합해 본사에 제안한 데에서 비롯됐다. 이러한 아이디어를 내놓은 가맹점주들은 대부분 자기 사업에 실패해 본 경험을 가진 사람이었다.
이들은 어느 날 갑자기 본사를 찾아와 “도와주세요, 아무것도 없습니다. 우선 천연향기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해주면 벌어서 갚겠습니다”라고 호소했다.
필자도 어렵게 사업을 시작하고 일궈온 사람이라 사람을 보면 그 됨됨이를 판단할 수 있다. 정말 눈빛 속에 의지가 있는 사람이라면 시간이 문제이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경우는 만사를 제쳐두고 도와주는 게 좋다. 물론 물건 값을 떼인 적도 있다. 하지만 이런 배려는 다른 가맹점주들의 귀에 들어가 본사를 믿고 따르는 부수적인 효과를 낳기도 한다.
이들은 제법 돈을 벌어 경제적으로 안정을 되찾아도 쉽게 그만두지 않는다. 천연향기와 실내환경 사업은 무점포 영업방식이어서 안정궤도에 접어들면 웬만한 음식장사보다 수익성이 낫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무점포로 사업을 시작했다가 시간이 지나면 사무실을 내고 직원까지 고용, 사업을 확장한다. 필자의 회사는 2009년부터 신용불량자 및 생계형 창업자들에게 창업비용 1000만원 중 물품비에 해당하는 500만원을 후불로 받는 지원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창업자는 창업 후 물품대금을 벌어서 갚으면 된다. 하지만 아무나 다 그렇게 해주지는 않는다. 눈빛에 간절함이 있는 사람에게만 그렇게 한다.
필자가 가맹희망자와 상담할 때 반드시 물어보는 말이 있다. “성공을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까.
” 그런 사람은 본사의 자산으로 거듭날 가능성이 높다.
이기현 <에코미스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