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이진욱 씨(38)는 얼마전부터 부쩍 잦아진 허리통증 때문에 고민이다. 3년 전부터 고질병처럼 쑤시더니 최근 들어 몸이 더 힘들어진 느낌이다. 이달 초부터 갑자기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해진 것이다. 예전과 달리 허리를 구부릴 수 없을 뿐 아니라 허리부터 엉치, 좌측 발바닥까지 마치 전기 충격을 받은 것처럼 저리고 당기는 증상에 시달렸다. 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검사 결과, 추간판이 후면으로 흘러나와 좌측 다리로 가는 신경을 심하게 압박하는 추간판 탈출증 진단을 받았다.

김재훈 제일정형외과병원장은 “허리 통증은 질병의 신호일 수 있기 때문에 가벼운 통증도 무시하면 큰 화를 부를 수 있다”며 “병을 키우지 않으려면 통증 초기에 치료를 서둘러야 한다”고 당부했다.

◆중장년층 ‘디스크’, 노년층 ‘척추관 협착증’ 증가

척추는 우리 몸을 지지하고 척수를 보호하는 등 신체의 대들보 역할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허리 통증을 느끼기 십상이다.

허리 건강을 위협하는 불청객은 다양한 형태로 찾아온다. 대표적인 게 중장년층에서 많이 발생하는 디스크와 노년층에 특히 많은 척추관 협착증이다. 척추는 ‘척추 뼈’와 ‘추간판’이라는 구조물로 구성돼 있다. 추간판 내부에는 젤리 형태의 말랑말랑한 수핵이 들어있고 양파 껍질 형태의 섬유륜이 수핵 외곽을 둘러싸고 있다. 추간판은 체중을 흡수하고 척추 뼈 마디마디가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스프링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추간판이 약해지면 척추의 압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추간판이 원래 위치보다 뒤로 밀리거나 섬유륜을 뚫고 수핵이 흘러 나오는 것을 추간판 탈출증(디스크)이라고 한다.

추간판이 손상되면 그 자체로 심한 요통을 유발할 뿐 아니라 뒤로 밀린 추간판이 신경을 자극해 다리가 저리거나 당기는 하지 방사통이 발생한다. 심한 경우 다리 힘이 약해지고 배뇨 장애 등도 생길 수 있다.

디스크가 있다고 반드시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신경이 심하게 눌려 마비 증상이 발생한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비수술적인 방법으로도 치료가 가능하다.

김 원장은 “우선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서 약물치료와 물리치료 등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며 “통증이 완화되지 않으면 디스크 내 고주파 열 응고술이나 신경성형술을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술 후 회복 빠른 신경성형술 각광

디스크 내 고주파 열 응고술은 문제가 생긴 디스크에 가느다란 주사바늘을 넣어 돌출된 디스크를 고주파로 응고, 수축시켜 신경근을 누르는 압력을 줄일 수 있다. 이 치료법은 손상된 디스크 내부 감각신경만을 고주파 열로 파괴해 허리, 엉치 통증도 해결해준다.

그러나 추간판 외측 섬유륜이 완전히 파열돼 수핵이 흘러내린 경우는 다르다. 디스크 내 고주파 열 응고술만으로는 효과가 떨어질 수 있으며 신경성형술이 보다 적합하다. 꼬리뼈를 통해 가느다란 관을 주입해 튀어나온 디스크와 신경 사이의 유착을 풀어주고 손상된 신경을 치료하는 약물을 투여하는 치료법이다. 추간판 탈출증뿐 아니라 척추관 협착증이나 척추 수술 후 재발한 경우에도 효과적이다.

김 원장은 “두 치료법 모두 외래 치료가 가능하며 시술 후 통증도 거의 없어 일상생활에 빠르게 복귀할 수 있다”며 “국소마취를 하기 때문에 고령환자나 전신질환으로 인해 전신마취를 하기 어려운 환자에게도 추천된다”고 강조했다.

척추관 협착증은 신경다발을 보호하고 있는 척추관이 좁아지는 것을 일컫는다. 디스크 증세가 없어도 척추관 뒤쪽에 있는 인대와 관절, 뼈 등이 비대해지거나 자라나 척추관을 찌그러뜨리는 병이다. 주된 증상은 다리가 무거워지는 느낌을 받는 것인데 이 느낌은 주로 오랫동안 서 있거나 보통 속도로 걸을 때 나타난다. 약간 아픈 느낌과 함께 다리에서 힘이 빠지는 경우도 있다. 이 병은 고령 환자에게서 자주 발생한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수술보다 신경성형술을 추천한다. 꼬리뼈를 통해 가느다란 관을 주입해 튀어나온 신경과 주변 구조물 사이의 유착을 풀어주고 약물을 투여하는 식으로 치료하는 것이다.

김 원장은 “시술시간이 5분 정도로 짧고 신경 손상이 거의 없다”며 “후유증이 없는 데다 시술 후 바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준혁/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