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하고, 피고인 이용구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눈물을 흘리는 예승(박신혜 분)을 끌어안는 동료 변호사(실제로는 사법연수원생). 1000만 관객의 눈시울을 붉힌 영화 ‘7번방의 선물’의 한 장면이다. 영화의 모의재판 장면에서 예승의 옆자리에 앉은 동료 변호사의 연기가 자연스러워 보였다면 눈썰미가 있는 관객이다. 대역이 아닌 실제 변호사이기 때문이다. 오주연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가 그 주인공이다. 예승과 법정대결을 펼치는 검사(윤선우 분)의 동료 검사 역시 화우 소속 김범래 변호사가 맡았다.
몸값 비싼 변호사가 단역배우로 등장하는 사례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영화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오 변호사와 김 변호사가 ‘7번방의 선물’과 인연을 맺은 것도 영화의 법정 장면에 대한 자문에 응하기 위해서였다.
책상에 놓인 자료집, 판·검사와 변호사의 제스처, 판사의 발언에 대한 청중의 반응 등 영화 속 장면을 실제 재판처럼 보이게 한 모든 장치가 두 변호사의 작품이다.
배역까지 따내게 된 건 현장 캐스팅 결과다. 법정이 곧 직장인 현직 변호사들이어서 웬만한 단역배우보다 연기가 훨씬 자연스러웠다고 제작사 측은 설명했다. 오 변호사는 개봉 예정인 또 다른 법정 드라마에 캐스팅돼 ‘변호사 전문 카메오’로 데뷔했다.
두 변호사의 출연료는 10만원. 시간당 수십만원을 받는 변호사로서 수지 맞는 장사는 아니지만 오 변호사는 “중학교 동창들이 전화를 걸어올 정도로 반응은 뜨겁다”며 웃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