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이고 소신도 강해…평소 경제 체질개혁 강조
14년 만에 '친정' 금의환향…"적임자 아니다" 한차례 고사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63)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다. 1999년 옛 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 전신)에서 경제정책국장과 국고국장을 끝으로 이코노미스트로 변신했고 2009년부터 정부 싱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을 이끌고 있다.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박근혜 정부의 초대 경제사령탑으로 14년 만에 ‘금의환향’하게 된다.
○관료생활 순탄치 않아
현 후보자는 행정고시 14회로 1974년 관가에 입문했다. 유지창 전 산업은행 총재, 강권석 전 기업은행장, 신동규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이용섭 민주통합당 의원 등이 동기다.
관료 생활 초기에는 주로 경제기획원 경제기획국에서 일했다. 경제기획국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짜고 거시경제의 키를 쥐고 있던 핵심 부서다. 그와 함께 일했던 한 관료는 “합리적이고 온화한 스타일”이라며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개발 계획을 입안했던 실무자가 딸(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사령탑으로 일하게 된 것은 묘한 인연”이라고 말했다.
관료 생활 끝무렵은 평탄치 않았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김대중 정부 시절 재경부 경제정책국장으로 위기 수습 역할을 맡았지만 이후 1년5개월 만에 국고국장으로 옮겼다가 세무대학장을 마지막으로 관가를 떠났다. 일부에선 ‘윗선’과 코드가 많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전직 관료는 “평소 합리적이면서도 일단 판단이 서면 소신을 굽히지 않는 성격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1984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을 정도로 학구열을 갖고 있기도 했다. 1980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로렌스 클라인 교수 밑에서 수학하며 거시경제 분야의 세계적 네트워크인 ‘링크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국제 인맥도 쌓았다.
○경제민주화 위한 기업 때리기 반대
현 후보자는 오랫동안 공직을 떠나 있었지만 KDI 원장을 지내면서 정책 현안을 두루 꿰뚫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현 후보자는 박근혜 당선인으로부터 처음 제의를 받았을 때 “난 적임자가 아니다”며 한 차례 고사했다는 후문이다.
최근 한국 경제 성장률은 7분기 연속 0%대(전 분기 대비)에 그쳤다. 고성장 시대가 마무리되고 장기 저성장 국면에 빠져들고 있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단기적인 경기 회복이냐, 중장기적인 성장 잠재력 회복이냐를 놓고 경제사령탑으로서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막대한 복지 예산을 어떻게 확보하느냐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박 당선인은 임기 5년간 세출 절감과 세입 증대로 135조원의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민간 연구소 등에선 복지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을 270조원 이상으로 보기도 한다.
현 후보자의 경제철학은 성장을 위한 혁신에 무게가 실려 있다는 평이다. 지난해 10월 한 국제포럼에서 “혁신 없는 단기적인 해결책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강조하기도 했다.
최대 현안 중 하나인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도 재벌 때리기나 반기업정서로 이어져서는 안 되며 시장경제의 근본인 ‘공정 경쟁’을 확립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신념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현 후보자는 지난해 공직자 재산신고에서 2011년 기준 33억3000만원을 신고했다. 부인인 천종희 인하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사이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아들 낙승씨(29)는 고려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후 산업기능요원으로 군 복무를 마치고 미국 유학 중이다. 딸 낙희씨(33)는 울산지법 판사를 거쳐 하버드대 법학석사(LLM) 과정을 밟고 있다.
주용석/이심기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