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는 우스꽝스럽지만 펠리컨은 서양에서 고귀함으로 따지면 비둘기에 버금간다. 그들은 새끼를 양육하기 위해 아래턱의 신축성 있는 주머니에 먹이를 저장했다가 입을 벌려 이것을 새끼들에게 먹인다.

이런 자기희생의 면모는 펠리컨 우화를 낳는 배경이 됐다. 그에 따르면 펠리컨의 새끼는 배가 고파 어미 새의 가슴을 쪼아대 그로 인해 어미 새한테 죽임을 당하게 되는데 이를 후회한 어미 새는 사흘 뒤 자신의 오른쪽 가슴에서 피를 짜내 새끼를 소생시켰다고 한다. 이런 자기희생과 부활의 이야기는 예수의 일생과 공통점을 지녔기 때문에 훗날 기독교에 수용돼 펠리컨은 구세주의 성체를 상징하게 됐다.

영국을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일궈놓은 엘리자베스1세 여왕(재위 1558~1603)도 그런 펠리컨을 자신의 상징으로 삼아 어머니처럼 사심 없는 희생정신으로 나라와 백성을 다스리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새해에는 우리나라에도 펠리컨의 자기희생 정신으로 충만한 온정의 정치가 펼쳐지길 기대해본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