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초를 키울 때 가장 어려운 일은 물 주기다. 품종마다 자라는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먼저 물이 적은 경우엔 잎 끝이 노랗게 변하는 신호를 보낸다. 가을철 단풍과 달리 건조한 겨울철에는 물이 부족해 증산작용이 활발한 잎의 가장자리부터 세포 손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동양란 같은 경우 양동이나 물뿌리개가 아닌 분무기로 잎에만 물을 준 경우 이런 현상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일반 식물이 잔뿌리를 통해 물과 양분을 얻는 것과 달리 난은 뿌리 속의 특수하게 생긴 ‘허브’라는 조직에 물을 담아 사용하기 때문이다. 허브는 물탱크와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잎보다는 뿌리가 흠뻑 젖도록 줘야 잎 색깔이 변하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
반대로 지나친 물주기도 화초를 병들게 만든다. 물과 양분을 흡수하는 뿌리가 숨쉬기 때문에 뿌리가 물에 포화상태 이상으로 잠기면 제기능을 못하고 병충해에 취약해진다. 깊은 물속에 빠진 사람이 익사하는 경우와 비슷하다. 뿌리와 잎 사이 조직에 병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동양란의 경우 뿌리와 잎 사이의 ‘벌브’라는 조직이 있는데 벌브가 토양에 묻혀 있으면 미생물이 쉽게 침입해 뿌리썩음병이 발생하기 쉽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기 전 토양의 수분 상태를 미리 파악하면 물 주는 시기와 양을 쉽게 조절할 수 있다. 먼저 나무로 된 이쑤시개를 2~3㎝ 깊이로 흙에 꽂고 30분 뒤 꺼냈을 때 이쑤시개가 1㎝ 이상 젖어 있다면 뿌리가 흡수할 수 있는 수분이 있다는 표시로 볼 수 있다. 그 미만이면 물을 충분히 줘야 한다. 또 손가락으로 흙을 눌러 잘 들어가지 않으면 토양이 메말랐다는 증거다.
물을 주는 방법도 중요하다. 보통 화초에 물을 줄 때 잎이나 꽃에 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꽃에 물을 주면 꽃봉오리가 떨어지거나 빨리 시든다. 잎과 잎 사이 주름진 곳에 물을 주면 잎이 썩을 수도 있다. 때문에 물은 흙에만 주고 잎 사이 먼지는 부드러운 수건으로 닦아줘야 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