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정부 부채 규모가 현재 1경원을 넘었다고 지난주 이야기했다. 이 때문에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 중 하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작년에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한 바 있다. 얼마 전에는 또 다른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낮춰 충격을 주었는데, 나머지 한 회사인 피치도 프랑스의 등급 강등을 경고하고 있다. 국가신용등급은 무엇이며 어떤 의미가 있을까?

국가신용등급은 정부의 신용(credit), 즉 얼마나 빚을 잘 갚을 수 있을지를 평가하여 무리별로 나눠놓은 것이다. 개인의 신용등급이 개인이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을 때 참고되듯이, 국가신용등급은 정부가 많은 사람들로부터 빚을 얻기 위해 채권을 발행할 때와 그 채권이 사고팔릴 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채권에 대한 다른 이야기는 ‘경제학 톡’ 7편과 8편 참조) 또한 국가신용등급은 대체로 해당 국가 기업들 신용등급의 상한선이 되기 때문에도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신용등급은 빚을 얻을 수 있을지, 얻으면 어떤 수준의 이자율로 얻을 수 있을지에 영향을 미친다. 신용등급이 낮으면 빚을 얻기 어렵거나 얻더라도 높은 이자율을 감수해야 한다. 채무불이행(디폴트·default) 확률, 즉 향후 원리금을 지급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을 때 그것을 높은 이자율로 보상해 주지 않으면 투자자가 돈을 빌려줄리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부채상황이 악화될 때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추가적인 채권발행도 어렵고 이자율도 높아지기 때문에 걷잡을 수 없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최악의 경우 정부는 원리금 지불을 미루는 지불유예(모라토리엄)나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게 되는데, 이 경우 채권자들과 해당 정부가 협상을 벌여 문제 해결을 논의한다.

우리나라가 1997년 말부터 겪은 위기는 경상수지 적자에 대응할 외환보유액이 충분하지 못해 일어난 경우였다. 국가신용등급 강등 등 대외신인도가 떨어져 외화 차입이 어려운 악순환도 있었으나,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과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를 극복했다. 그러나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한 대량 실직은 지금까지도 우리 사회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시 우리나라는 낮은 외환보유액으로 위기를 겪었지만, 최근 국가신용등급 변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정부 부채의 규모다. 이외에도 경제성장률, 인플레이션, 현재 대외채무 및 과거 불이행 경험 등 경제적 요소, 정치체제의 안정성과 정통성, 국제금융시장과의 통합도, 국가안보상 위험요인 등 정치적인 요소 등이 국가신용등급을 결정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중 과거 5년 동안 국가신용등급이 가장 많이 상승했다고 한다. 재정건전성 덕분이다. 하지만 급속한 고령화와 복지지출의 확대, 경제성장률 저하로 재정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정위기 국가들의 전철을 밟기 전에 우리나라도 재정 지출을 단속해야 할 텐데,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의 공약에는 도통 이에 대한 고민이 묻어나지 않으니 걱정만 늘 뿐이다.

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 교수 sejinmin@dongguk.ed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