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의 전날 거래대금은 2조9000억원으로 연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코스피 거래대금이 3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10년 2월16일(2조7000억원) 이후 2년10개월여 만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재정절벽 협상과 국내 대통령 선거 등 정치적 변수가 연말 랠리를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될 경우 연말 랠리가 재개될 가능성은 남아있다는 판단이다.
현재 투자자들의 거래가 급감하고 있는 가장 큰 배경은 대외 불확실성이다. 미국의 '재정절벽' 협상 시한이 임박하면서 투자자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의 재정절벽 협상에 대한 압박감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가장 큰 요인"이라며 "월초에만 해도 협상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가 있었다면 현 시점에서는 실제 협상 과정을 지켜보겠다는 관망심리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재정절벽 이슈가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남아있지만 확인 심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 연구원은 "실제 정치권이 협상 과정에서 타협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연말 랠리가 되살아날 가능성은 남아있다"며 "정치권 변수를 제외한다면 추수감사절부터 이어지고 있는 연말 소비 개선세는 견조한 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내 재정절벽 문제가 극적으로 타결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다만 일부 양보하는 수준에서의 타협안에 대한 기대감은 남아있다.
김승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민주·공화 양측의 주장은 기존의 주장에서 크게 바뀌지 않는 채 민주당은 증세를, 공화당은 지출삭감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대선 이후 3 주가 지났지만 이제서야 협상을 시작할 기본안을 제출한 것이기 때문에 현재 상황으로 보면 연내 양측간의 합의 가능성은 낮아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난 3일 미 공화당은 재정 긴축 계획을 내놓았다. 이에 앞서 30일에는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부 장관이 현 행정부의 향후 10년 동안의 긴축 계획을 제출했다. 양측이 제출한 기본안은 기존의 입장을 반복하는 수준으로 현 정부와 민주당은 증세를, 공화당은 지출 축소에 무게를 뒀다는 평가다.
김 연구원은 "향후 10년에 걸친 장기적인 정부부채 축소 계획과 종료가 예정돼 있는 감세 등 부양책의 연장 등의 두 가지 문제를 연내에 합의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며 "경기부양책의 임시 연장에 합의하는 것이 연내에 기대할 수 있는 가장 긍정적인 시나리오"라고 판단했다.
국내로 시선을 돌리면 오는 19일 대선 변수가 남아있다. 대선 결과는 미국 등의 불확실성에 따라 증시에 '긍정' 또는 '부정'인 변수로 변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대선이 치러졌던 12월 주식시장의 움직임을 살펴본 결과, 지난 1997년 이후 15년 동안 12월에 코스피가 하락한 사례는 다섯 번(비중 33%)이고, 이 중 세 번은 대선이 있는 해였다"며 "통상적으로 12월에는 증시가 오름세를 보인 경우가 많았지만 대선이 있었던 해에는 유독 약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현재는 대외 여건이 과거에 비해 양호하기 때문에 지나친 경계는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