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스마트폰 ‘대전(大戰)’이 벌어진다.

애플의 아이폰5가 오는 7일 한국 시장에 발매되면서 지난 9월 ‘보조금 대란’ 이후 2개월 넘게 잠잠했던 시장이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연말까지 아이폰5 대기수요는 150만~2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업계에선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팬택 등 국내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국내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아이폰5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제조업체들만 싸우는 것은 아니다.

통신사 간 싸움도 치열할 전망이다. 아이폰5를 판매하는 SK텔레콤과 KT는 자신들이 상대방보다 경쟁력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고객 끌어모으기에 한창이다.

아이폰5를 내놓지 못하는 LG유플러스는 국내 업체들의 제품으로 애플발(發) 충격을 최소화하는 데 전력을 쏟고 있다. iOS6와 젤리빈 등 모바일 운영체제(OS)를 둘러싼 애플과 구글의 경쟁도 관심거리 가운데 하나다.

○점유율 빼앗기 경쟁 치열

아이폰5가 처음 공개된 것은 지난 9월12일이고 판매는 열흘가량 지난 21일부터 미국 영국 일본 호주 등 1차 출시국부터 시작됐다.

9월19일 아이폰5가 한국 전파 인증을 통과하며 10월 초 판매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물량 부족 등으로 판매 시기가 계속 미뤄졌고, 그동안 애플이 전파 인증 과정에서 주파수 대역을 잘못 기재하는 실수를 저지르며 두 차례 더 전파 인증을 받기도 했다.

국내 업체들은 아이폰5가 발표되자 서둘러 신제품을 공개했다.

지난 9월 마지막주 삼성전자와 LG전자, 팬택은 신제품 발표회를 열고 추석 전에 갤럭시노트2, 옵티머스G, 옵티머스 뷰2, 베가R3 등 전략 제품을 잇따라 판매하기 시작했다.

세 회사 모두 10월 초에 한국 시장에 나올 아이폰5를 겨냥했지만 판매가 늦어지는 바람에 공교롭게도 2개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아이폰5와 본격적으로 경쟁을 시작하게 됐다.

삼성전자는 판매 2개월여 만에 전 세계 판매량 500만대를 돌파한 갤럭시노트2로 국내 시장에서 아이폰5와 맞붙는다. 5.5인치 대화면과 전용 ‘S펜’을 활용한 다양한 기능이 강점이다.

LG전자는 4.7인치 옵티머스G와 4 대 3 비율의 5인치 스마트폰 옵티머스 뷰2 두 가지 제품으로 맞선다는 전략이다.

팬택은 베젤(화면 테두리 부분)을 최대한 줄이고 배터리 효율성을 높인 베가 R3로 경쟁에 나선다. 아이폰5 출시에도 국내 시장 점유율 70%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진 삼성전자가 이 숫자를 유지할 수 있을지, LG전자와 팬택의 점유율 변동은 어떻게 될 것인지가 관심사다.

올해 들어 점유율이 1% 미만으로 떨어질 정도로 국내 시장에서 유독 힘을 쓰지 못하는 애플이 아이폰5를 통해 얼마만큼 도약할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경쟁의 ‘숨은 주인공’ 이동통신사

연말 스마트폰 대전의 숨은 주인공은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사들이다. 통신 3사는 올해 들어 롱텀에볼루션(LTE) 전국망 구축을 끝내고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싸움을 펼쳐왔다. 정점은 ‘17만원 갤럭시S3 대란’이 벌어졌던 지난 9월 초였다.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쏟아가며 가입자 빼앗기에 매진했지만 결국 보조금 과다 지급으로 방송통신위원회의 조사를 받게 됐다. 이 조사가 지금까지 계속되면서 이른바 ‘보조금 빙하기’가 두 달 넘게 이어져왔다. 통신사의 보조금이 소비자의 휴대폰 구입가격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국내 시장 구조 탓에 보조금이 줄어들면 시장도 위축된다.

하지만 아이폰5의 등장으로 시장이 급변할 전망이다. 200만명에 이르는 아이폰5 대기 수요를 누가 잡느냐에 따라 통신사의 연말 성적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폰 사용자는 충성도가 높아 계속해서 아이폰을 쓸 가능성이 높다.

아이폰5를 판매하는 SK텔레콤과 KT는 이들을 끌어모으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SK텔레콤은 2개의 주파수 대역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멀티캐리어(MC)’ 기능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KT는 전 세계적으로 많이 쓰이는 1.8㎓ 주파수 대역을 쓴다는 점을 어필하고 있다. 경쟁에서 한발짝 비켜 서 있는 LG유플러스는 국내 제조업체의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히 맞설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는 모습이다.


○iOS6 vs 젤리빈

OS 패권을 둘러싼 싸움도 관심거리다. 아이폰5에는 애플의 최신 모바일 OS인 iOS6가 탑재됐다. 애플의 지능형 음성인식 서비스 ‘시리(Siri)’가 한국어를 지원하기 시작했고 애플 기기 전용 영상통화 ‘페이스타임’을 와이파이가 아닌 3세대(3G), LTE 등 이동통신사 네트워크에서도 쓸 수 있다. 이에 질세라 구글은 안드로이드 ‘젤리빈’ OS로 맞불을 놓고 있다. 사용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알아서 제공해 주는 ‘구글 나우’ 등 새로운 기능이 추가됐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