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진, 나홀로 언더파…女골프 '왕중왕'
정혜진(25·우리투자증권)이 올 시즌 챔피언들만 출전한 국내 여자골프 왕중왕전(총상금 1억2000만원)에서 정상에 올랐다.

정혜진은 25일 전남 해남 파인비치골프링크스의 파인·비치코스(파72)에서 열린 ‘한양수자인·솔라시도 여자골프 왕중왕전’ 이틀째날 버디 3개, 보기 3개, 더블보기 1개로 2오버파 74타를 쳐 최종합계 1언더파 143타로 ‘나홀로 언더파’를 기록하며 2위 장하나(20·KT)를 1타차로 제치고 우승상금 4000만원을 획득했다.

2타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임한 정혜진은 이날 11번홀에서 10m 남은 긴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4타차 선두가 돼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는 듯했다. 선두를 추격하던 장하나는 12번홀(파5)에서 1.5m 버디, 양수진은 13번홀(파3) 2m 버디 기회를 놓치며 좀처럼 타수차를 좁히지 못했다.

그러나 정혜진은 ‘드라이버로 티샷하는 파3홀’로 유명한 15번홀(189m)에서 위기를 맞았다. 드라이버로 티샷한 볼이 그린 왼쪽 러프에 멈췄다. 급경사 내리막 라이에서 친 두 번째샷은 뒤땅치기가 나오며 그린에 오르지 못했고 세 번째샷은 홀을 5m나 훌쩍 지나쳐 더블보기로 홀아웃했다.

양수진은 이 홀에서 ‘1온’에 성공했으나 3퍼트를 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양수진은 16번홀(파4)에서도 1.2m 버디를 놓치며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장하나도 보기를 기록하며 사실상 승부가 결정나는 듯했다.

하지만 국내 여자 최장타자인 장하나가 17번홀(파5)에서 ‘2온’에 성공한 뒤 2m 이글을 성공시키며 타수차를 순식간에 1타로 줄였다. 정혜진은 여기서 세 번째샷이 그린에 올랐다가 2단 그린을 넘지 못하고 다시 굴러 내려오는 위기를 맞았으나 살떨리는 1.2m 파 퍼팅을 성공시켰고 18번홀(파4)에서도 침착하게 파로 마무리해 버디에 실패한 장하나를 꺾고 우승을 확정지었다.

정혜진은 “첫 우승 뒤 탄력을 받아 잘 될 줄 알았으나 오히려 욕심이 나 잘 안풀렸다. 최근 성적이 잘 나지 않아 의기소침해 있었으나 마지막 대회에서 우승해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7번홀에서 장하나의 이글 퍼팅이 설마 들어갈까 했다. 이 홀에서 파 퍼팅을 넣으면 우승하고 실패하면 못한다고 생각했다”며 “오늘 퍼팅이 잘 된 편이라 믿고 쳤다. 안들어갈리 없다고 자신했다”고 덧붙였다.

평균 드라이버샷 250야드로 투어 내 장타랭킹 20위권인 정혜진은 “멀리 치는 장하나와는 정말 함께 치고 싶지 않았다”며 “장타자인 장하나, 양수진과 플레이하게 돼 그들의 스윙을 보지 않으려고 했다”고 언급했다. 올해로 우리투자증권과 계약이 만료되는 정혜진은 “이 대회 끝나고 계약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고 했다.

정혜진은 지난 6월 제주에서 열린 롯데칸타타여자오픈에서 데뷔 7년 만에 생애 첫 우승컵을 안았다. 블루헤런골프장 경기과에서 근무한 아버지(정종철)의 권유로 초등학교 6학년 때 골프에 입문했다. 부친은 현재 여주에서 스크린골프방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선수들은 그린에서 애를 먹었다. 그린 빠르기가 미국 PGA투어 수준(스팀프미터 3.3m)을 보인데다 그린 언듈레이션(굴곡)이 심해 3퍼팅이 쏟아졌다.

윤슬아(26)가 합계 1오버파로 3위, 정희원(21·핑)은 합계 2오버파 4위에 올랐다. 디펜딩 챔피언 김하늘(24·비씨카드)은 합계 4오버파로 공동 6위, 김자영은 합계 6오버파로 9위에 그쳤다.

해남=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