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시간 연장보다 어디서든 투표할 수 있게"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새누리당이 제시한 '먹튀 방지법'을 수용했다. 동시에 '투표시간 연장법'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키자는 승부수를 던졌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도 가세해 투표시간 연장이 대선 정국의 강력한 변수로 떠올랐다.
야권은 비정규직 투표권 보장을 앞세웠다. 문 후보 측은 "비정규직 노동자 가운데 일 때문에 투표하지 못한 비율이 64.1%에 달한다" 며 "저녁 9시까지 투표시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9월4일 진선미 의원 대표발의로 이같은 내용의 '공직선거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투표시간 연장의 근거는 한국정치학회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연구용역 보고서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근로자 투표참여 실태조사에 관한 연구'(책임연구원 가상준 단국대 교수)에서 나왔다. 야권이 인용한 각종 설문과 통계자료 대부분이 이 보고서에서 비롯된 것이다.
1일 한경닷컴이 이 보고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투표시간 연장을 제시한 야권의 주장과 다른 부분이 드러났다. 당사자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투표시간 연장을 크게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표 참조>
연구진 가운데 한 명인 김준석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의 투표시간 연장 논의는 연구 결과 일부만 발췌, 언급해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최적의 개선 방안이 투표시간 연장은 아닌 것 같다" 며 "무엇보다 비정규직 유권자의 12.4%만 투표시간 연장을 대안으로 꼽았다"고 말했다.
이어 "현행법에서 실현 가능한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 며 "차라리 투표권을 보장하지 않는 고용주를 당국에 적극 고발하고 이를 엄중히 처벌하는 방안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이 연구 결과 중 일부만 입맛에 맞게 인용해 실현이 어렵고 호응도 덜한 방안을 정치적 이슈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연구 책임자인 가상준 단국대 정외과 교수는 "현 시점에서 전국 어디서나 투표할 수 있게 하거나 사전투표를 도입하기는 어렵다" 며 "그나마 가능한 대안이 투표시간 연장이라 야권이 이 부분을 들고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여야 모두 투표시간 연장 논의에 무리수를 뒀다고도 했다.
가 교수는 "투표시간 연장은 참정권 보장 차원이라 여당이 거부하기엔 근거가 궁핍하다" 면서도 "야당이 지금 시점에 갑자기 들고 나온 것도 '대선용'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투표시간 연장은 득표의 유·불리를 떠나 참정권 보장이란 측면에서 봐야 할 것" 이라며 "꼭 이번 대선에서만 투표시간 연장 실현 여부를 따질 게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보장돼야 하며 다른 대안들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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