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11일 “참여정부 시절 재벌개혁을 일관되게 추진할 철학과 비전, 구체적인 정책과 주체의 역량이 부족했음을 솔직하게 인정한다. 하지만 두 번은 실패하지 않겠다”며 강도 높은 재벌 개혁정책 추진의지를 밝혔다.

문 후보는 이날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경제민주화타운홀미팅에서 “우리 경제가 이 정도 성장하기까지 재벌이 큰 기여를 한 게 사실이지만 재벌 중심의 성장론을 뒷받침했던 ‘낙수효과’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재벌개혁을 통한 ‘공정경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문 후보가 이날 발표한 주요 정책들은 민주당이 19대 국회 들어 당론으로 확정한 6개 경제민주화 법안의 주요 내용들이다.

대선 주자가 직접 발표하는 모양새를 통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와의 경제민주화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아나가겠다는 전략이다.

문 후보가 발표한 주요 재벌개혁의 골자는 소유지배구조 개선과 관련, △신규 순환출자 전면 금지 △기존 순환출자는 3년 유예 후 해소 △10대 기업집단 출자총액제한제 재도입 △지주사 부채비율 현행 200%에서 100%로 강화 등이 핵심이다.

총수 일가의 사익추구를 막기 위한 △부당내부거래 제재 강화 △집단소송제 대상 확대 △기업범죄 사면제한 △공정위 전속고발권폐지 등도 당론으로 확정한 것들이다.

문 후보는 “미국 뉴딜정책이 자본주의의 황금기를 열었던 것처럼 지금이야말로 ‘한국형 뉴딜’이 필요한 시기”라며 “한국판 뉴딜의 핵심은 규제의 제도화와 복지의 제도화”라고 강조했다. 문 후보는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집권 초기에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참여정부에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은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등 우리 사회 근본을 바꾸는 정책들은 국민들이 개혁을 지지해주는 집권초기를 놓치면 실행하기 힘들다는 것”이라고 했다.

문 후보는 여야 간 합의가 가능한 경제민주화법안의 정기국회 처리를 위해 박 후보와 안 후보 측에 경제민주화 위원장 간 3자 회동을 제안했다. 안 후보 측은 환영의 뜻을 밝혔으나 박 후보 측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그냥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합의하면 되는데 3자 회동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일축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