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은 졸업 이후 어떤 직업을 선택하든 성공할 수 있게 준비해야 합니다. 워털루대가 산학협력시스템을 개발한 이유죠. 대학 생활과 함께 회사를 경험한 학생들은 산업의 관점에서 그들의 전공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캐나다의 MIT’로 불리는 워털루대의 페리둔 함둘라푸르 총장은 “실용교육이 워털루대의 특징이며 협력적이고 경험적인 교육프로그램은 전 세계적인 모델이 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1957년 설립된 워털루대는 독특한 산학협력과 높은 취업률로 유명하다.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가 신입사원으로 워털루대 졸업생을 가장 많이 뽑는다고 언급하면서 이 학교의 산학협력시스템 ‘코업프로그램’은 유명세를 탔다. 코업프로그램은 현재 캐나다 전역에서 49개 대학과 38개 전문대학이 적용하고 있으며 전 세계 2000여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참여할 정도로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학생들 1년에 4개월은 회사 경험

워털루대 재학생들은 1년에 4개월 이상 학교 대신 회사를 간다. 처음 입학해 8개월간 수업을 받고 4개월은 전공에 따라 정보기술(IT) 기업, 정부기관, 학교, 병원 등 관련 기업체에서 일한다. 4개월간의 실습이 끝나면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때가 되면 다시 실습을 나가는 식이다. 코업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일반적인 대학 4년보다 1년 정도 졸업이 늦어지지만 재학 중 다니는 회사에서 정규직과 같은 월급을 받고, 다양한 직업군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함둘라푸르 총장은 “학생들은 회사에서 일을 배우고 실용적인 경험을 쌓은 채 강의실이나 실험실로 돌아와 교수 및 동료 학생들과 그들의 지식을 나눈다”며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학교와 기업은 자연스러운 소통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함께 일한 학생들에 대한 평가를 내린다. ‘학생들이 회사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는지’ ‘추가로 학교에서 가르쳤으면 하는 지식이나 기술이 있는지’ 등 회사에서 일하는 데 학교 교육이 얼마나 적합한지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한다. 워털루대는 피드백을 통해 그들의 커리큘럼 등을 수정한다. 함둘라푸르 총장은 “기업들의 피드백을 받고 프로그램을 수정해 학생들에게 더욱 필요한 교육을 제공한다”며 “회사에 필요한 인재로 자랄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의 창업을 돕기 위해 캠퍼스 내에 ‘벨로시티’라는 창업인큐베이터도 만들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제공하는 사무실과 거주시설에서 함께 일하고 생활하며 다양한 분야의 창업을 시도한다. 함둘라푸르 총장은 “학생들이 발전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이것이 그들이 사회에 나가자마자 성공적인 사회인이 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실용교육과 함께 인문학도 강조

워털루대는 실용교육을 강조하는 동시에 전공지식의 중요성도 인정하고 있다. 함둘라푸르 총장은 “대학들은 실용적인 기술을 전달하는 동시에 기초적인 학문을 연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며 “워털루대의 산학협력교육은 직업교육의 용어인 동시에 학문용어”라고 말했다.

인문학을 강조하는 것 역시 워털루대의 특징 중 하나다. 워털루대는 이공계 대학으로 유명하지만 응용건강학부, 인문학부, 공학부, 환경학부, 수학부, 과학부 등 6개 분야가 있다. 함둘라푸르 총장은 “워털루대 학자들은 경기침체부터 국제적 거버넌스, 기후변화에 대한 정치적 대응까지 다양한 사회문제와 인문학을 연구하고 있다”며 “시대의 문제와 해결책을 찾는 것도 주요 연구분야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함둘라푸르 총장은 대학들이 기술과 인문학 사이를 연결하기 위한 ‘다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은 기술의 발전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현 시대가 원하는 기술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며 “이는 기술뿐 아니라 인문학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터키 출신인 함둘라푸르 총장은 기계항공공학과 2차전지 등 대체에너지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다. 그는 오는 23일부터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글로벌 인재포럼 2012’에 참석해 둘째날인 24일 기조세션3(지식 창조의 허브, 대학이 기업과 국가를 바꾼다)과 25일 트랙B 제2세션(고실업시대 산학협력 기반을 둔 실용교육)에서 주제발표를 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함둘라푸르 총장은 워털루대의 독특한 인재 육성 방안과 산학협력의 새로운 모델에 대해 설명한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 함둘라푸르 총장은

△1954년 출생 △1976년 이스탄불공과대 기계공학 학사 △1985년 노바스코샤공과대 화학공학 박사 △1997~2009년 캐나다 칼튼대 기계항공공학과 교수 △2009년~현재 캐나다 워털루대 기계공학과 교수 △2010년 워털루대 총장 취임 △주요 저서=《지구온난화, 녹색에너지와 기술》(2009), 《미니 마이크로 연료전지》(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