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0월3일 오전 10시21분

‘부익부 빈익빈.’

올 들어 3분기까지의 투자은행(IB)시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극심한 IB시장 침체 속에서도 국내외 IB 강자들은 꾸준하게 딜을 확보해 상위권을 지켜냈다. 반면 중하위권 업체들은 여느 때보다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다.

3분기까지의 누적 리그테이블 순위는 IB의 ‘네트워킹’ 능력이 판가름했다. 평소 대기업과의 유대관계를 꾸준히 다져온 IB들은 올해 잇단 대기업 구조조정 관련 딜을 수주하며 먹거리를 찾아냈다. STX그룹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자문을 싹쓸이한 동양증권, LG그룹의 채권 발행을 주도한 우리투자증권 등이 대표적이다.

스스로의 강점을 살린 IB들도 선전했다. 기업공개(IPO) 전통 명가로 꼽히는 한국투자증권은 IPO시장의 극심한 부진 속에서도 중소기업을 잇달아 상장시키며 주식자본시장(ECM) 순위 상위권을 지켰다.

◆M&A 시장, 회계법인 외국계 약진

M&A시장에서 토종 IB들의 침체는 3분기까지 이어졌다. 회계법인과 외국계 IB들이 약진하는 틈바구니에서 좀처럼 기를 펴지 못했다. 바이아웃(경영권 포함) 딜 발표 (잠정 협약·본계약 체결 시점) 기준으로 삼일회계법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 골드만삭스증권 딜로이트안진 삼정KPMG 모건스탠리증권이 1~6위를 달렸다. 토종 IB 중에서는 우리투자증권이 7위, KB투자증권이 8위에 이름을 올렸다.

삼일회계법인 딜로이트안진 등 회계법인들은 ‘출루율’에 초점을 맞췄다. 소규모 인수·합병(M&A)과 민영화 딜을 꾸준히 따내며 순위를 끌어올렸다. 건수 기준으로는 삼일이 14건, 삼정 10건, 안진은 9건이었다. 반면 외국계 IB는 ‘장타율’에 집중했다. 두세 건의 대형 딜로 단숨에 상위권에 포진한 것이다. 씨티의 경우 올해 하이마트 매각자문, 큐셀 인수자문 등 두 건의 딜로 2위에 올랐다. 골드만삭스도 하이마트 매각자문을 비롯해 세 건의 딜만 따냈다.

M&A 회계자문 영역에서 회계법인들의 순위가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상반기 기준 1위였던 삼정KPMG는 3분기 누적 실적에서 4위를 차지했다. 반면 상반기 4위 삼일회계법인은 3분기 실적이 늘어나면서 단숨에 1위로 올라섰다.

삼일은 올해 유일한 조 단위 딜인 하이마트의 롯데 측 인수 회계자문을 수행했다. 3분기에는 대우일렉트로닉스 KNTV 등의 거래를 성사시키면서 실적을 늘렸다. 26건, 4조7429억원 규모였다.



◆동양, STX 딜 싹쓸이…ECM 1위 고수

3분기 ECM은 2분기에 이어 혹한기였다. ECM 발행 규모(모집 주선 발행분 포함)는 9053억원으로 2분기(5602억원)보다는 늘었지만 1분기(1조49억원)에 못 미쳤다.

3분기 ECM 리그테이블 순위를 결정지은 핵심 변수 중 하나는 STX그룹이었다. STX와 STX조선해양이 발행한 3000억원 규모의 BW가 전체 ECM 발행시장의 30%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동양증권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ECM 부문 ‘넘버 1’ 자리를 지킨 것도 STX그룹을 ‘꽉 잡은’ 덕분이었다. 동양증권은 STX가 발행한 1000억원 규모 BW를 주관했다. STX조선해양 발행 물량 2000억원 중 1700억원도 인수했다. 이를 통해 60억원 안팎의 수수료 수입을 거머쥐었다.

한국투자증권은 3분기 다수의 소규모 IPO를 주관하면서 상대적으로 선전했다. 300억원 규모의 AJ렌터카를 포함해 IPO 4건, 유상증자 1건 등 5건의 ECM 주관을 맡아 3분기에 2위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3분기 누적 기준으로 3위로 올라섰다.

이트레이드증권은 STX조선해양 BW 공동 주관, 신화인터텍 주식연계채권(ELB) 주관 등을 수행해 3분기 주관 3위에 랭크됐다. 누적 주관 순위도 상반기 18위에서 3분기 9위로 뛰어올랐다.

반면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등은 3분기에 부진했다. 이들이 강점을 가진 IPO시장이 위축된 탓이다. 대우증권은 3분기 157억원의 주관 실적으로 8위에 머물렀다. 우리투자증권은 ECM 주관 실적이 전혀 없었다. 다만 3분기 누계 기준으로 대우증권은 2위, 우리투자증권은 6위를 달리고 있다. 상반기까지 양호했던 성과 덕분이다.

◆우리투자, DCM 분야 저력 과시

3분기 채권자본시장(DCM) 시장에선 우리투자증권이 두각을 나타냈다. 3분기 대표주관(3조5134억원)은 물론 공동주관 등을 포함한 전체 주관(3조6534억원)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우리투자증권은 3분기 누적 주관 실적이 8조5400억원에 달하면서 1위로 올라섰다. 상반기까지 1위를 기록하던 한국투자증권은 3분기 들어 2위로 내려앉았다.

우리투자증권은 3분기 현대중공업(7000억원) LG전자(3000억원) 등의 회사채 발행을 단독 주관하면서 대형 딜에 강한 면모를 입증했다. 올 4월 도입된 회사채 수요예측 제도가 3분기부터 서서히 정상화 단계로 접어들면서 우리투자증권의 발행금리 분석 능력 등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KB투자증권은 3분기 누적 주관 3위(6조7690억원)로 상반기 순위를 지켰다. 이어 대우증권(5조9112억원) SK증권(5조4035억원)이 4, 5위를 차지했다.

삼성증권은 3분기에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올 1분기 2조6054억원 규모를 주관해 3위에 올랐지만 2분기 2101억원(22위), 3분기에는 7396억원(14위)을 주관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삼성증권의 3분기 누적 주관 규모는 3조5552억원(9위)으로 간신히 10위권에 포함됐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수요예측 제도 도입 후 한동안 지나치게 낮은 금리로 발행되는 등 회사채시장이 비정상 상태를 보여 관련 영업을 소홀히 했다”고 설명했다.

고경봉/이상열/하수정/김태호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