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동산·부실채권 공략
유럽, 크로스보더 M&A
아시아는 리테일사업 승산
김기범 KDB대우증권 사장(56·사진)은 지난달 26일 한국외국어대 사회과학관에서 ‘우리나라 금융투자회사의 글로벌화는 가능한가’란 주제로 금융투자회사 최고경영자(CEO) 특강을 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한국경제신문과 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가 공동으로 마련한 이번 특강에서 김 사장은 “그동안 우상향 커브를 그려온 국내 및 글로벌 증시는 앞으로 상당 기간 횡보하거나 때로는 하락하는 국면이 지속될 수 있다”며 “외국 회사를 포함해 60개가 넘는 업체들이 경쟁하는 국내 증권업계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김 사장은 “구조조정을 앞둔 증권사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추진해야 하는 것이 바로 해외 진출”이라며 “잉여인력을 위한 탈출구를 마련하는 차원에서도 글로벌화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2008년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및 유럽 재정위기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크게 위축된 상태”라며 “국내 증권사들은 이머징마켓은 물론 선진시장에서도 몇몇 영역에서 이들과 경쟁할 만하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인 글로벌 진출 전략으로는 ‘지역별 차별화 전략’을 제시했다. 미국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유발했던 핵심 원인이자 이제 서서히 회복되고 있는 부동산과 부실채권(NPL)을 국내 증권사들이 자기자본투자(PI)나 사모투자(PE)를 통해 공략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유럽에서는 금융회사들의 유동성 악화 등으로 구조조정시장에 재차 출회되고 있는 LBO(차입매수) 관련 기업들을 대상으로 크로스보더 M&A(국경 간 인수·합병)를 시도하는 것이 유망하다고 지적했다.
아시아 등 이머징마켓에선 증권 리테일(소매) 사업을 적극 추진하면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한국 증권사의 온라인 주식 시스템과 지점 마케팅 능력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며 “리테일 사업이 정착할수록 이머징마켓에서 IPO(기업공개)나 M&A 등 IB 비즈니스 기회도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외 진출 방법에 대해서는 “지역별 상황 등을 감안해 독자진출, M&A, 합작법인 설립, 전략적 제휴 등 다양한 방안을 탄력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일본의 노무라가 리먼브러더스를 M&A한 뒤 점령군 행세를 하다 리먼의 전문가 이탈 등으로 실패한 사례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한국인은 창의력이 좋은 데다 교육열이 높아 글로벌 진출에 필요한 인재들이 충분하다”며 “제조업을 넘어 최근 문화 음악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런 것처럼 한국 증권사들도 한 발씩 전진하면 글로벌 톱의 자리에 오르는 날이 찾아올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