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동 와인타임, 청담동 신동와인, 동교동 에스텔라….
이 와인 매장들의 공통점은 'OO대 와인' 을 판다는 것이다. 와인타임은 연세대, 신동와인은 고려대, 에스텔라는 중앙대 와인의 유통과 판매를 맡았다. 각 대학의 이미지에 맞춘 와인 라벨과 케이스를 별도 제작해 납품하고 있다.
1일 대학들과 각 와인숍에 따르면 올 추석 대학들의 기념 선물은 와인이 대세였다. 와인이 갖고 있는 고급스런 이미지가 최고 장점으로 꼽혔다. 개인용 선물 뿐 아니라 대학의 각종 기념식과 행사에 홍보용으로 쓸 수 있는 폭넓은 용도가 매력적이다.
대학 와인은 대부분 해외 와이너리에서 수입해 판매된다. 개인용 판매는 명절이나 연말이 대목이다. 학교 동문과 교수들이 주요 고객이라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학교 라벨과 케이스를 제작해 차별화를 꾀했다.
연세 와인은 일종의 아웃소싱 형태로 운영된다. 제작과 판매 모두 와인타임에 맡겼다. 와인 종류는 3만2000원, 3만8500원, 6만3000원의 3개 등급으로 나뉘고 연세대 대외협력처가 동문들 위주로 이메일 등을 통해 판촉 활동을 벌이는 시스템이다.
프랑스 보르도산 고대 와인(사진)은 2만7300원 한 종류로 통일했다. 추석이 낀 9월의 판매량은 평소보다 늘어 600여 병이 팔렸다. 고대 와인을 판매하는 신동와인 관계자는 "주로 고려대 교우와 교직원, 학생들에게 선물용으로 많이 나가는 편" 이라고 말했다.
고려대는 와인으로 이미지를 바꿨다. 2003년부터 전략적으로 고대 와인을 제작해 판매했다. 당시 총장이던 어윤대 KB 금융지주 회장이 고려대 이미지를 '막걸리 고대' 에서 '와인 고대' 로 바꾸자며 학교 와인 활성화에 앞장섰다. 이후 담당 부서인 대외협력부가 2006년께 와인 유통·판매 경로를 한 차례 바꿔 지금의 고대 와인으로 정착했다.
중앙대 와인 판매를 맡은 에스텔라 관계자는 "학교와 제휴해 4년째 학교 와인을 팔고 있다" 며 "명절 때 뿐 아니라 상시 판매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학교에서 내빈 대접이나 행사용으로 대량 구매하는 비중이 제일 크다" 고 전했다.
서강대는 총동문회가 와인 업체와 연계해 동문에게 판매하는 케이스다. 가톨릭 계열 학교라 와인의 전통이 깊은 편이다. 2만5000원, 3만9000원, 5만8000원 3개 등급 와인을 팔고 있으며 9월에만 800여 병의 판매고를 올렸다. 학교 규모가 작은 데 비해 와인이 많이 팔렸다.
서강대 총동문회 관계자는 "2008~2010년 호주의 예수회 공동체 와이너리에서 직수입, 판매했는데 환율과 유가가 올라 방침을 바꿨다" 며 "작년부터는 국내 기존 와인 업체들의 수입 와인 가운데 블라인드 테스팅을 통해 유통·판매업자를 선정했다" 고 설명했다.
이처럼 대학 와인이 각광받는 이유는 여러 용도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북 경산의 대구가톨릭대는 칠레산(3만5000원), 호주산(4만 원), 이탈리아산(5만5000원) 3가지 와인을 취급한다. 이 대학의 2014년 개교 100주년 기념용으로 대량 주문, 관련 행사 참석자들에게 접대·선물용으로 쓰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와인은 품위가 있고 학교 라벨을 붙여 홍보용으로 쓸 수 있어 대학들이 선호한다" 고 귀띔했다.
학교와 계약을 맺은 와인 업체가 발전기금을 내거나 대학 와인을 사는 주요 고객층이 동문 교수 직원 학생인 만큼 판매 수익금도 대부분 학교 장학금으로 활용된다.
고려대는 와인 판매 수익금을 학생들의 문화예술기금으로 사용하고 있다. 고려대 관계자는 "수만 원짜리 공연을 학생들에게 입장료 5000원만 받고 보여주는데 학교 지원금 일부를 와인 판매 수익금으로 충당했다" 며 "학생들의 문화예술 생활을 돕자는 취지" 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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