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성장률 전망치를 4%로 높게 잡은 것을 놓고 말들이 많다. 경제협력기구(OECD)가 4.0%로 예상하고 있을 뿐, 국제통화기금(IMF) 노무라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경제연구원 등 국제기구와 국내외 기관들이 최저 3.0%까지 내려잡고 있는 것에 비하면 차이가 너무 난다는 것이다. 올해 2% 선의 저성장에 따른 기저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정부가 경제상황을 너무 낙관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지 않아도 내년 재정은 당초 흑자에서 4조8000억원의 적자 전망으로 전환된 상황이다. 계획했던 것보다 수입은 줄고 지출은 늘어난 탓이다. 여기에 내년 성장률이 정부 예상치보다 낮아지면 적자 규모가 더 커질 것은 두 말할 것도 없다. 이미 균형재정 목표 시점이 2014년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을 30% 미만으로 낮추는 시점은 2015년으로 각각 1년씩 늦춰졌다. 내년 재정 적자 규모가 확대되면 이런 목표들을 언제 달성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물론 정부가 성장률을 족집게처럼 알아맞히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제기구도 전망치를 수시로 수정한다. 재정부 역시 내년 성장률을 연초 4.5%로 예상했다가 지난 6월 4.3%, 이번에는 4.0%로 낮췄다. 전망치 자체를 놓고 몰아세울 일은 아니다. 게다가 재정부는 고민도 많을 것이다. 이미 11조5000억원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지만, KDI는 올 예상 성장률을 오히려 3.6%에서 2.5%로 낮췄다. 정부마저 내년에도 저성장이라고 예상한다면 추가 부양책 요구가 빗발칠 것이고, 그럴 경우 재정 사정은 돌이킬 수 없게 된다는 우려도 감안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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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더라도 경제 전망을 어떤 이유로건 왜곡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실상을 알려야 살 길이 열린다. 우리는 정부가 앞장서 재정을 풀고 경제를 살리라고 요구하지는 않는다. 정부가 아니라 기업과 국민들이 뛰어야 경제가 살아난다. 그래야 세수도 늘고 일자리도 늘어난다. 기업들이 뛸 여건을 만들지 않고 경제가 좋아질 것처럼 말하는 것은 안된다. 재정 확대가 아니라 투자 확대에 길이 있다. 그 길을 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