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당뇨를 앓고 있던 남성 환자에게서 최근 미세단백뇨가 검출됐다. 당뇨병 환자에 있어 미세단백뇨는 신장질환의 초기 신호다. 이 환자는 복부비만에 운동부족이었지만 “당뇨쯤이야 누구나 있는데 뭘…”이라며 종전까지 생활습관을 바꾸지 않았다. 만성신부전 등 심각한 수준의 신장질환을 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다. 나중에는 투석, 신장이식까지 해야 할 수도 있다. 대다수 당뇨병 환자는 ‘혈당이 조금 높은 수준’이라는 식으로 병세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러나 혈액 속에 당이 많아지면 혈압이 높아지고, 혈액을 걸러내는 역할을 하는 신장도 덩달아 부담을 받게 된다. 환자들은 당뇨병 진단을 비교적 가볍게 받아들이며 ‘혈당수치만 조절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노화의 신호처럼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당뇨는 정말 많은 합병증을 동반한다. 고혈당으로 끈적끈적해진 피가 온 몸의 혈관을 돌아다니면서 각종 혈관에 손상을 입혀 다양한 합병증을 야기시키기 때문이다. 눈을 실명에 이르게 하는 당뇨망막병증, 신장에 피해를 입히는 신장병증, 관상동맥질환, 말초동맥질환, 뇌혈관질환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신장 이상은 가장 무서운 합병증 중 하나다. 전체 당뇨병 환자 중 20~30%는 말기신부전 등 신장질환으로 진행된다. 대한신장학회 조사에 따르면 신장 투석을 받는 국내 말기신부전 환자의 40.7%는 당뇨병으로 시작했다. 당뇨를 앓는 말기 신부전 환자의 5년 생존율은 39.9%에 불과하다. 암 환자의 평균 5년 생존율보다 낮다.

따라서 당뇨병으로 진단받는 순간부터 신장 관리에 들어가야 한다. 금연·금주와 식사 조절은 기본이고 규칙적인 운동을 생활화하는 것이 좋다. 또 치료제를 임의로 거르지 말고 복약지시를 잘 따르면서 정상 혈당을 유지해야 한다.

당뇨 환자의 목표 혈압은 당뇨병성 신증을 예방하기 위해 130/80㎜Hg 미만으로 조절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단백뇨가 심한 환자는 더 낮추기도 한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한국MSD의 고혈압 치료제인 로자탄(제품명 코자)이 혈압강하 효과와 신장 보호기능을 함께 입증했다. 뒤늦게나마 약이 개발됐으니 신장질환을 앓는 당뇨병 환자에게는 희소식이다. 그러나 평소 혈당 관리를 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조호찬 < 계명대 동산의료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