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노조연합 등 노조가 주도하는 시위와 파업에는 야당인 인도국민당(BJP)은 물론 집권 국민의회당의 연립정부 파트너인 트리나물콩그레스(TMC)까지 가세했다. TMC는 정부가 개혁안을 취소하지 않으면 연정에서 빠지겠다고 선언했다. 시장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투기등급으로 강등될 위기에 몰린 인도를 ‘추락하는 천사’라고 불렀다.
◆재정적자 줄이기 몸부림
인도 경제는 국내총생산(GDP)의 6%에 육박하는 재정적자 때문에 골치를 썩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최근 인도가 재정적자를 줄이지 않으면 현재 투기등급 바로 윗단계인 신용등급(BBB-)을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도 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굵직한 경제개혁 정책을 잇따라 내놨다. 18일 소매·항공업체에 각각 최대 51%, 49%의 외국인직접투자(FDI)를 허용하기로 했다. 경유에 대한 보조금도 12% 줄였고, 4개 주요 공기업의 지분 매각 방침도 발표했다.
이에 앞서 만모한 싱 총리(사진)는 지난 3월 올해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식량 비료 연료 등에 대한 보조금을 전년 대비 12.2% 줄이고 공기업 지분 매각을 늘려 세수를 22% 이상 증가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번번이 좌절…이번에도 힘들 듯
싱 총리의 강한 의지에도 인도 정부가 개혁안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TMC가 연정에서 탈퇴할 경우 집권 국민의회당이 주도하는 연정은 의회 과반을 잃게 된다. 다른 야당과 연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론의 반대가 만만치 않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인도의 경제개혁안은 과거에도 번번이 무산됐다. 소매업 개방만 해도 지난해 11월과 올해 초 두 차례나 정부가 추진 의지를 밝혔으나 전국적인 항의 시위와 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지난 5월에는 휘발유값 보조금 인하를 발표했다가 역시 반대에 부딪쳐 무산됐다.
지난해 공기업 지분 매각은 당초 목표한 4000억루피(약 8조3000억원)의 40%에도 못 미치는 약 1550억루피에 그쳤다. 반면 식량보조금은 예상보다 초과 집행됐다. 인도의 연료·식량 등 각종 보조금은 2007년 약 7000억루피에서 지난해 약 1만8000억루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개혁이 지지부진해지자 인도 정부는 올해 GDP 대비 재정적자 목표를 5.1%에서 5.9%로 조정했다. 팔라니아판 치담바람 재무장관은 “야당의 반대에도 경제 발전을 위한 조치는 계속 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송영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인도·남아시아 연구원은 “2014년 총선을 앞둔 데다 각종 비리 추문으로 추진력을 잃은 현 정부가 결국 표를 의식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