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적자 해결 위해 긴축정책이 효과적
中 장기 성장 가능…문제는 '정치 민주화'
알베르토 알레시나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55)가 내놓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의 해법이다. 그는 감세가 재정 확대보다 경기부양에 훨씬 효과적이라는 점을 입증해 2010년 노벨경제학상 수상 후보로 꼽힌 재정전문가다.
그는 오는 26일 현대경제연구원과 한국경제신문이 공동 주최하는 ‘코리아비전 컨퍼런스 2012’에 참석하기 앞서 이메일 인터뷰를 갖고 “유로존 위기의 원인은 일부 회원국의 무분별한 재정지출을 막을 수 있는 감시체계를 갖추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로존 재정위기의 원인은.
“국가별 생산성 격차가 컸다는 것과 취약한 국가들이 재정관리를 철저히 하지 못한 것이 유로존 위기를 불러왔다. 하나의 경제권으로 통합됐지만 남유럽 국가들의 생산성은 북유럽 국가에 크게 못 미쳤다. 남유럽 국가들은 무역에서 발생한 적자를 재정으로 메웠지만 이를 감시할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스페인과 아일랜드의 건설시장 붕괴는 유로존 위기를 가속화시켰다.”
▷어떤 해법이 있나.
“유로존이 탄생할 때 남유럽의 노동시장 개혁이 이뤄졌어야 했다. 독일은 그 과정을 거쳐 임금상승 없이 생산성 향상을 이뤄냈다. 지금부터라도 강력한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남유럽 국가의 경쟁력을 회복시켜야 한다. 또 정부 부채를 감축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나라들은 재정주권을 포기해야 한다. ”
▷증세를 통해 재정적자를 해결하려는 나라도 있다.
“증세가 아니라 긴축으로 해결해야 한다. 높은 세금은 경제 활동을 위축시킬 뿐이다. 반면 긴축정책은 경제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효과가 뛰어나다. 경기 회복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각국 정부가 증세정책을 들고 나오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치인들의 특성 때문이다. 긴축정책은 유권자들의 표를 잃을 가능성이 크다. 남유럽 국가들은 비효율적인 복지제도를 개혁해야 하지만 정치인들은 이를 건드리지 않고 있다.”
▷부유세 도입에 대한 의견은.
“소득재분배는 필요하지만 그 방법이 부유세여서는 안 된다. 세금을 부자에게만 걷는 방법을 고민할 것이 아니라 거둬들인 세금을 제대로 배분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정부가 어떻게 재정을 운용하느냐가 소득재분배의 성패를 가른다. 수혜자 선정도 철저히 해야 한다. 제대로 수혜자를 선정하지 않고 정책을 실행하면 잘못된 재분배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금융거래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금 유출 등 국가 경제에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시스템은 국가별로 분리돼 있는 것이 아니라 연결돼 있다. 한 국가에서 금융거래세를 부과하면 많은 투자자들이 다른 국가로 옮겨갈 것이다.”
▷최근 중국경제의 성장둔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그다지 걱정스럽지 않다. 중국경제의 성장은 거품이 아니기 때문에 장기간 성장동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성장률 자체가 꺾일 수는 있다. 하지만 성장률 수치는 크게 중요하다고 보지 않는다. 중국경제에 더 중요한 것은 정치체제의 민주화다. 민주화가 지속적인 경제 성장동력을 만들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이 아프리카 투자를 많이 하는데.
“일반적으로 해외 직접투자는 투자받는 국가의 경제에 좋은 영향을 준다. 정책적인 뒷받침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아프리카가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중국의 신식민지 전략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동의하지 않는다. 과거 침략자들은 그들이 가져가는 것에 어떤 대가도 지불하지 않았지만 중국은 돈을 내고 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 알레시나 교수는
하버드대 종신교수…'문화경제학 강의'로 유명
알베르토 알레시나는 이탈리아 출신 정치경제학자다.
전문 분야는 재정과 분배의 정치경제학, 그리고 유럽 통합 등이다. 1957년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밀라노에 있는 보코니대를 졸업한 뒤 1986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유럽의 미래(The Future of Europe)’와 ‘미국과 유럽에서 가난과 싸우기(Fighting Poverty in the US and Europe)’ 등이 있다. 1993년 하버드대 종신교수로 임명됐으며 지금은 유명 경제학회지인 ‘계간경제학’ 부편집장을 맡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1개 회원국이 1970년 이후 추진한 91건의 경기부양책을 비교 분석해 정책을 성공시키려면 법인세와 소득세를 감면해야 한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역설해 이름을 얻었다. 정부지출 확대를 통한 부양책은 대부분 실패했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한국에선 계량분석 방법으로 문화가 경제발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한 ‘문화경제학 강의’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문화의 차이가 경제력 차이를 야기하며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신뢰라고 강조했다. 사회 구성원 간 신뢰가 부족하면 불신에 따른 비용이 발생하고 제대로 된 공공서비스가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