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의 명물인 호두를 이젠 안동을 대표하는 농산물로 바꿔 놓겠습니다.”

김형광 대산농원 대표(69)는 경상북도 안동시 길안면 해발 550m 30만㎡ 땅에 심어져 있는 6000그루의 호두나무를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이곳 호두농장은 70년 이상 쌓인 자연 퇴비를 계단식으로 깔아 토심을 북돋았다. 농약은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각고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김 대표는 연 매출 20억원대 부농(富農)의 꿈을 이뤘다.

김 대표는 공군 소령으로 예편한 뒤 호텔업계에 종사하다 세상에 무언가 자취를 남길 수 있는 일을 생각하던 중 호두를 심어보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는 막무가내로 시작하지는 않았다. 김 대표가 처음 찾은 이는 산림청 산하 임목육종연구소(경기도 화성)에서 근무하던 이문호 박사였다. 그는 호두 연구의 대가였다. 그에게서 호두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김 대표는 2년여 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농장 자리를 찾았다. 산지(産地)를 잘못 찾으면 농업기술도 무색해지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넓은 면적, 청정지역, 고지대 등 3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산지가 눈에 들어올 때까지 고르고 또 골랐다”고 회고했다. 마침내 발견한 곳이 지금의 안동 대사리 임야였다. 그는 55세이던 1997년 자신 소유의 아파트와 부동산을 팔아 대사리 야산을 매입할 자금 등 40억원을 마련했다. 우선 임야 80만㎡를 매입, 이 중 20만㎡를 개간했다. 호두는 식재 후 10년 이상 돼야 수확이 가능하다.

이때부터 경기도 성남에 있던 가족들과 헤어진 그는 산속에서 움막 생활을 시작했다. “가족과 떨어져 홀로 움막에서 새우잠을 자고, 식사를 해결하며 맨땅에 호두나무를 심었다”며 “본격적으로 소득이 나올 때까지 15년 동안 기다림과 외로움이 가장 힘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호두를 키우는 데 최대 적은 나무껍질이 시커멓게 썩어들어가게 하는 유리나방유충과 청설모다. 김 대표의 농장에도 유충이 퍼져 10%가량 피해를 입었지만 국내에서 유일하게 자체 개발한 약품을 이용해 조기에 유충을 박멸하는 데 성공했다. 청정지역인 탓에 청설모의 천적인 멧돼지가 많아 자연스레 이 문제도 해결됐다. 이 같은 노력으로 그는 “자신만의 특별한 노하우로 토종 호두와는 차별화한 ‘황금호두’를 길렀다”고 설명했다.

황금호두는 그가 대산농원의 토력을 바탕으로 수확해 일반 농원 품종보다 크기가 2배 이상 크고 껍질이 얇다. 화학비료 대신 천연 거름을 뿌렸고, 소독이 필요 없는 청정지역에서 자라 호두 알이 열리면 100% 수확이 가능하고, 맛이 고소한 게 특징이다.

그루당 수확량은 40㎏에 달한다. 많게는 80㎏까지 열매를 맺기도 한다. 호두 한 알의 단가는 개당 700원가량으로, 1㎏들이 한 묶음은 70개 정도다. ㎏당 단가는 4만9000으로 40㎏을 수확해 팔면 196만원의 수입을 거둘 수 있다. 특히 황금호두는 사과 수익의 5배 이상, 제조업의 10배 이상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김 대표는 “그루당 190만원의 수입을 올릴 경우 전체 6000그루에서 114억원의 매출을 얻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호두재배가 노후대비에 적합하다”며 “은퇴세대에게 성공노하우를 전파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올해 매출이 15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에는 20억원, 2014년엔 30억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임야를 활용한 고소득과 농촌 일자리 창출에도 효과가 커 지난 5월 김관용 경북지사가 농원을 직접 방문해 호두농원을 체험장으로 조성하고, 지역의 대표 특산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김 대표는 “호두 초콜릿을 만들어 백화점에 납품하고 있다”며 “호두를 안동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만들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안동=김덕용 기자 kim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