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아닌 자유화가 번영의 길"
“경제민주화 바람 속에 자본주의의 가치가 흔들리고 있다. 경제 번영의 길은 경제민주화가 아닌 경제자유화에 있다.”

14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자본주의는 진화하는가’라는 주제의 정책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포퓰리즘으로 위기에 처한 시장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이같이 제시했다. 이날 행사는 사단법인 시대정신과 한국경제연구원이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이 후원했다.

○성공한 자본주의는 시장경제

민경국 한국제도경제학회장은 ‘유럽의 자본주의 성공사가 한국에 주는 교훈’이라는 제목의 주제발표에서 “요즘 들리는 건 오직 경제민주화, 복지 확대, 대기업 규제, 부자 증세와 같은 사회주의 구호뿐”이라며 “한국 자본주의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독일 스위스 스웨덴 등이 경제적 번영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시장경제 원칙을 확실하게 구현했기 때문”이라며 “한국도 규제를 풀고 정부 지출을 낮춰 조세 부담을 줄여야만 지속적인 성장을 해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낙년 동국대 교수는 한국 경제의 발전 과정을 통해 시장 경제의 우월성을 설명했다. “우리 경제가 크게 성장한 건 대외 개방에 시장경제 체제를 지향한 덕분”이라는 것이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가 각국 정부가 이념적으로 경제적 평등을 추구한 데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좌승희 서울대 겸임교수는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는 모든 국민에게 자기 집을 갖도록 주택금융 규제를 지나치게 풀어준 데 따른 주택금융 부실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또 유럽 재정위기는 정부가 포퓰리즘적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무차별적 재분배 정책을 시행하면서 국가 재정이 부실화된 탓이라고 설명했다.

○“과잉 복지, 사회 분열시킬 수도”

사회 통합과 자본주의의 도약을 위한 제언도 잇따랐다. 현진권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은 “정치권이 경제민주화라는 감성적 용어를 앞세워 인간의 이타심을 자극하고 있다”며 “세금과 복지가 시장원리를 무시한 채 제도화될 경우 사회 통합이 아닌 분열의 정책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좀 더 나은 자본주의 틀을 가져야 한다”며 “시장경제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가진 자들의 자발적인 자선과 봉사가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승훈 서울대 명예교수도 “재산권 보호를 합리적으로 강화하면서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사회복지제도로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국가 실현을 위해서는 국민 대타협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는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해 국민이 부담을 나눠 질 수 있다는 데 동의해야 하고,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완화와 정규직·비정규직 간 일자리 나눔에 대해서도 기득권층의 양보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다만 “자유와 경쟁을 바탕으로 하는 시장경제체제는 더 굳건히 지켜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