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한 명이 연 평균 100개 이상(2009년 기준) 먹는 양파. 개당 200~300원가량인 소비자가격 중 종자값이 약 5%를 차지한다. 그런데 이 종자의 국내 자급률은 13% 안팎에 불과하다. 종자 가격에 포함된 로열티는 대부분 미국 몬산토 등 해외 업체가 가져갔다.

앞으론 이 로열티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게 됐다. 동부그룹이 세계적인 종자회사 몬산토의 한국법인 자산을 대부분 사들였기 때문이다.

1998년 국내 최대 토종 종자업체 ‘흥농종묘’가 외환위기 직후 경영난에 빠져 외국에 넘어간 지 15년 만에 ‘씨앗 주권’을 회복했다는 말이 나온다.

◆배추·무·수박·오이 종자주권 찾아

동부팜한농은 몬산토와 몬산토코리아의 종자사업 자산을 가져오는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고 13일 발표했다. 양측은 인수가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몬산토코리아는 외환위기 전 국내 종자 분야 1위와 3위를 달리던 흥농종묘와 중앙종묘가 합쳐진 회사다.

외환위기 직후 두 업체 외에 서울종묘(2위)와 청원종묘(6위) 등도 각각 노바티스와 일본 사카다에 합병돼 국내 4대 종자 기업들이 모두 해외업체 손에 넘어갔다.

그 결과 국내 토종 씨앗과 육종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고 국내 농가가 부담하는 로열티 액수가 급증했다. 2001년 5억원에 그쳤던 종자 로열티 지급액은 2010년 22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한국인들이 주로 먹는 무, 배추, 양파 등의 종자 자급률이 50%를 밑돌았기 때문이다.

동부팜한농이 몬산토코리아 종자 자산을 가져오면서 로열티 부담이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몬산토코리아가 국내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여온 무(26%), 배추(25%), 오이(25%), 수박(15%), 양파(13%) 등의 종자 로열티를 모두 인수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몬산토 손 안에 있던 삼복꿀수박과 불암배추, 관동무 등이 14년 만에 진정한 국산 품종으로 돌아왔다.

동부팜한농은 종자자산 인수를 통해 26%의 점유율로 국내 1위 종자업체로 발돋움했고 국내 기업들의 전체 종자 시장 점유율도 70%대로 올라갔다.

동부그룹은 동부팜한농 외에 국내 원예 종자 1위 업체인 동부대농과 천적곤충 세계 3위권인 동부팜세레스 등 9개 농업 관련 기업을 두고 있다.

◆청양고추는 여전히 외국산

동부팜한농이 몬산토코리아가 보유한 모든 종자를 가져온 건 아니다. 몬산토코리아가 갖고 있던 310개 품종 자산 중 240개의 판권과 특허권만 인수했다.

제외되는 품종은 대부분 해외시장이 큰 품목들이다. 파프리카, 토마토, 시금치, 고추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품종에 대해서는 국내 유통권만 확보했을 뿐 해외 판권 등 다른 권리는 인수하지 못했다. 금값보다 비싸다는 파프리카 종자는 여전히 수입에 의존해야 하고 한국 고추의 대표 품종인 청양고추의 씨앗도 몬산토에서 가져와야 한다.

채소 외에 주요 식량 종자 시장을 확보하는 것도 과제다. 정부가 집중 관리하는 벼 종자의 자급률은 50%에 달하지만 보리(24%)와 콩(30%)은 끌어올려야 한다. 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옥수수와 밀 자급률은 이보다 더 낮다.

정인설/강영연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