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용시장 먹구름…버냉키, 인내 한계 "이번엔 방아쇠 당길 것"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12, 13일)에 월가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의 절반 이상은 벤 버냉키 Fed 의장이 3차 ‘양적완화’의 방아쇠를 당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양적완화란 중앙은행이 시중의 채권을 매입함으로써 돈을 푸는 통화정책을 말한다.

미 국채 딜러인 골드만삭스 바클레이즈 BNP파리바 도이체방크증권 등 4개 기관투자가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들은 Fed가 ‘무제한 양적완화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 매입 규모와 시기를 미리 정해놓지 않고 경제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할 것이란 전망이다.

○“버냉키 고용 악화 한계에 봉착”

Fed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마이클 페롤리 JP모건체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실업률이 43개월째 8%를 웃도는 상황을 버냉키 의장이 더 이상 인내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일 발표된 8월 고용통계가 버냉키로 하여금 방아쇠의 안전장치를 제거하도록 했다는 얘기다.

지난달 새 일자리 창출은 전문가들의 예상치(13만명)에 훨씬 못 미치는 9만6000명에 그쳤다. 실업률은 8.3%에서 8.1%로 개선됐지만 이는 구직을 포기한 사람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8월 FOMC 회의 이후 제조업 경기는 더 나빠졌다. 8월 ISM제조업지수는 49.6으로 3개월째 하락하며 2009년 7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버냉키 의장이 지난달 말 잭슨홀미팅 연설에서 1, 2차 양적완화 효과를 장황하게 언급한 것은 이번 FOMC 회의 때 3차 양적완화에 나설 것이란 마지막 신호를 보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버냉키는 당시 “자산 매입이 증시 부양과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3차 양적완화 효과는 ‘글쎄’

3차 양적완화가 성장과 고용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신용평가회사 무디스의 존 론스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차 양적완화와 같은 규모인 6000억달러의 자산 매입 조치가 나올 경우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현재 1.65%에서 1.0~1.5%까지 떨어질 것”이라며 효과를 낙관했다.

반면 경제연구소인 IHS글로벌인사이트는 3차 양적완화가 성장률에 기여하는 효과는 0.1~0.4%포인트에도 못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용도가 낮은 가계 및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문턱이 여전히 높아 저금리 효과가 경제 전반으로 스며들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딘 마키 바클레이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3차 양적완화가 그다지 큰 효과를 가져오지 못하더라도 고용이 악화되면 Fed가 추가적인 자산 매입과 초저금리 기간 연장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폴 에델스타인 IHS글로벌인사이트 금융시장 팀장은 “버냉키 의장이 양적완화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을 알고 있더라도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중앙은행의 두 가지 책무 가운데 하나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플레이션은 Fed의 목표치인 2% 아래에 있지만 실업률은 완전고용과는 너무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FOMC는 13일 오후 2시(한국시간 14일 오전 3시) 회의 결과와 통화정책을 발표한다. 버냉키 의장은 오후 2시15분부터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