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옷을 같이 입는 ‘젊은 엄마’들이 늘면서 ‘디자이너 부티크’ 브랜드들이 찬바람을 맞고 있다. 주 고객층인 40~50대 중년층이 SPA(제조·직매형 의류) 브랜드와 수입 브랜드로 이탈하면서 매출이 크게 줄어 일부 브랜드는 백화점에서 퇴출되는 수모까지 당하고 있다.

6일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내달 초 신세계 강남점에서 르베이지(정구호 제일모직 전무)와 신장경, 루비나, 최수아, 이동수, 미스지컬렉션(지춘희) 등 6개 디자이너 부티크 브랜드가 철수한다. 지난 7월 리뉴얼에 들어간 신세계 강남점은 내달 중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리뉴얼이 끝나면 디자이너 부티크 브랜드는 20개에서 14개로 줄어든다.

디자이너 브랜드가 퇴출되는 가장 큰 이유는 매출 부진 탓이다. 신세계 강남점에서 올 상반기 여성복 전체 매출은 2.7% 늘었지만 디자이너 부티크 브랜드 매출은 9.1% 줄어들었다. 같은 강남권 상권의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에서도 여성복 매출은 2.3% 늘었지만 디자이너 브랜드 매출은 6% 감소했다. 백화점들이 올해 불황으로 예년보다 세일을 오래 진행한 점을 고려하면 매출 감소폭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김영 신세계인터내셔날 마케팅팀 과장은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가격경쟁력에서 SPA, 디자인에서 수입 브랜드에 밀리고 있다”며 “20~30대처럼 보이게 입는 중년층이 늘어나면서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 강남점은 ‘젊어진 40~50대 여성’들을 겨냥, 새로운 매장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디자이너 브랜드의 빈자리는 최신 유행(컨템퍼러리) 브랜드와 해외 명품 브랜드, 캐주얼 브랜드 등이 채운다. 럭키슈에뜨, 30데이즈마켓, 레드발렌티노, M미소니 등이 새로 입점한다. 구찌는 의류라인을 새로 들여오고 버버리는 최고급 라인인 ‘프로섬’ 라인을 확대한다. 펜디도 모피와 의류 라인을 확대해 별도 매장을 구성할 계획이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