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1조2700억 절감
지난해 8월 김광재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이 취임했을 때만 해도 철도공단의 경영 상황은 긴박했다. 2007년 8조1000억원이던 금융부채는 지난해 14조665억원으로 불어났다. 파산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자산 대비 부채 비율’도 78%에 이르렀다.
반면 최근 5년간 주수입원이던 선로사용료는 6237억원으로 이자비용 2조13억원의 31% 수준에 불과했다. 여기에 선로전환기 장애, 터널 붕괴 등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았고 청렴도 평가에서는 최하위를 기록했다. 2004년 공단 설립 후 최대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구원투수로 뛰어든 김 이사장은 취임 이후 잇달아 강도 높은 경영혁신을 단행했다.
1년 후인 지난달 27일 상황은 크게 호전됐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우리나라 공공기관 중 유일하게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신용등급을 ‘A1’에서 ‘Aa3’로, 전망은 ‘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 4월 ‘A1(안정적)’에서 ‘A1(긍정적)’으로 조정한 지 4개월여 만의 재조정이었다. 이로써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연간 4조원 규모의 채권 발행이 가능해져 철도 건설을 위한 안정적 재원 조달의 토대를 마련했다.
김 이사장은 취임 후 조직의 군살을 빼고 비전을 재정립하는 일에 제일 먼저 손을 댔다. 강소(强小)조직, 혁신조직, 기술전문조직을 운영의 3대 원칙으로 정하고 247개 부서 중 28개 부서를 통·폐합했다. 방만하게 운영되던 사업들도 철도건설, 시설관리, 자산관리, 해외철도사업 등 4개 핵심 사업으로 포커스를 좁혔다.
지난해 11월에는 ‘전국 90분대 철도망 구축’을 목표로 하는 ‘2020 New 비전’을 발표하고 제2의 공단 창립을 선언했다. 이를 통해 청렴도 하위, 안전사고 빈발, 부채 증가 문제 등으로 나타난 조직 내 무사안일을 일소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고속철도역사 시설 최적화와 시공방법 개선을 통한 예산 절감, 국유 자산의 효율적인 관리로 수익을 창출하는 등 자구 노력을 병행 추진했다. 이를 통해 1조2700여억원의 지출을 절감해 금융부채를 당초 계획보다 6000억원을 줄이고 공단 출범 후 처음으로 부채이자 415억원을 상환하는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불필요 과잉시설 축소 및 폐지 등을 통해 건설사업 예산도 6566억원 삭감하는 등의 노력으로 당기순손실도 1216억원 줄였다.
공단의 체질 개선 노력도 가시화되고 있다. 김 이사장은 꼬리를 문 안전사고와 낭비 요인 등을 해결하기 위해 전국 114개 철도건설현장을 누볐다. 안전관리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정비해 2010년 사고 발생 건수 35건을 지난해 20건으로 43%나 줄였다.
부패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해 지난해 청렴도 평가에서는 전년 대비 0.46점을 끌어올렸다. 김 이사장은 “시설 규모 최적화를 통한 사업비 절감과 해외 철도 건설 수주를 통한 수익성 극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김태철 차장/최성국 차장/임호범 기자/강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