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러버(scrubber)가 끌고 칠러(chiller)가 미는 형국입니다. 두 제품으로 올해 매출 700억원, 영업이익률 10%는 거뜬합니다.”

김덕준 글로벌스탠다드테크놀로지(GST) 사장(51)은 “스크러버와 칠러는 반도체, LCD(액정표시장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공정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장비”라며 이같이 말했다.

GST는 김 사장이 2001년 세운 반도체·LCD·OLED 장비 기업이다. 주요 매출처인 반도체와 LCD 경기가 썩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핵심 장비 수요는 꾸준하기 때문에 전년 대비 50% 성장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작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06억원, 29억원.

이 회사 스크러버는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육불화황(SF6)을 비롯해 200여종의 유해가스를 정화해 허용 농도 수준으로 공기중에 내보낸다. 친환경이 세계적인 이슈인 만큼 스크러버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게 김 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15년 전만 해도 반도체, LCD 공장은 외톨이 신세를 면치 못했다”며 “지금은 공장 인근에 아파트가 들어서고 숲이 조성되는 등 사람 및 자연과 가까워졌는데 스크러버 덕이 크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정화하기 힘든 것으로 악명 높은 질소산화물(NOx) 발생량을 획기적으로 감축하는 스크러버 신제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했다. 1차로 액화천연가스(LNG)가 유해가스를 1200도 고온에서 태운 후 물을 촉매로 한 차례 더 정화하는 ‘번(burn) 웨트(wet)’ 방식의 제품이다. 유해가스 정화 방식 1세대인 ‘번’과 2세대 ‘웨트’를 융합한 3세대 공법이라고 김 사장은 강조했다.

그는 “유해가스별로 태우거나 물을 이용하거나 특수 촉매를 쓰는 등 정화 방식이 모두 제각각”이라며 “태우고 적시는 방식을 합친 ‘번 웨트’ 공법이 GST의 최대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사의 국내 스크러버 시장 점유율은 50%에 달한다. 글로벌 반도체 및 LCD, OLED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가 모두 이 회사 제품을 고집한다.

신사업인 칠러도 불황을 무색하게 하는 호실적의 원동력이다. 2010년 10억원이 채 안 되던 칠러 매출은 작년 34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3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내년 초에는 OLED용 장비 신사업도 새롭게 선보인다. 아직 경쟁자가 없는 제품을 조기 출시해 시장을 선점한다는 각오다. 김 사장은 “신사업은 회사를 한 단계 도약시켜줄 획기적인 제품”이라며 “GST 제품은 모두 환경 보호에 기여하는 것들이라 실적이 좋아질수록 환경도 잘 보호되는 걸로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화성=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 스크러버·칠러

스크러버(scrubber)는 반도체 및 LCD(액정표시장치) 공정 중 발생하는 유해가스를 정화, 대기로 배출하는 장비다. 칠러(chiller)는 반도체 웨이퍼의 주변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준다. 웨이퍼 공정과정에서 불량률을 낮춰주는 기능을 한다. 두 장비 모두 반도체 LCD 제조 핵심 장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