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충청권을 중심으로 한 정계 개편이 가시화되는 모습이다. 충청권에 기반을 둔 선진통일당 소속 인사들의 탈당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수 의원(충남 아산)은 29일 서울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 전범기업 3차 명단’을 발표한 뒤 기자들과 만나 “탈당 결심이 섰다”며 “빨리 탈당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탈당 후 새누리당에 입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 측 관계자는 “선진당 의석 수가 5석에 불과하기 때문에 법안 발의 등에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있다”며 “이 의원의 지향점을 감안하면 새누리당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유한식 세종시장도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그동안 세종시 초대 시장으로서 명품 세종시 건설을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여 왔으나 선진당의 역량에 한계를 느꼈다”며 “세종시의 꿈을 달성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는 선진당을 탈당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세종시가 명품도시로 성장하려면 힘 있는 새누리당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며 “이른 시일 안에 새누리당 입당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추가 탈당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충청권 지자체장 일부가 탈당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소속 인사들의 ‘줄탈당설’이 현실화될 경우 선진당은 와해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 당장 선진당 의석은 4석으로 줄어든다. 탈당 인사 대부분은 새누리당에 입당할 전망이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충청권 공략의 발판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와 야권 후보가 초박빙의 승부를 벌일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충청권 표심을 붙잡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 당시 국민회의 후보는 김종필 자민련 총재와의 ‘DJP연합’을 통해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꺾었다.

여권 관계자는 “대선 직전 상황에서 한 표 한 표가 중요하기 때문에, 선진당 인사의 입당을 막을 이유가 없다”며 “통합의 정치라는 박 후보의 지향점과도 맞닿아 있기 때문에 환영할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를 계기로 이회창 전 대표를 영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친박계 핵심 관계자는 “이 전 대표는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서 두 차례 대선 후보로 나섰던 인물”이라며 “이 전 대표가 정권 재창출을 위해 도울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선진당을 창당했지만, 이후 심대평 전 대표와의 갈등 때문에 탈당했다.

이원복 선진당 대변인은 “새누리당이 선진당 의원과 단체장을 빼가는 ‘선진당 부수기’에 나선 것은 참으로 멍청한 행동”이라며 “새누리당과 박 후보는 지금이라도 당장 비열한 공작을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