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슈 다룬 '실화' 히트…스토리 탄탄한 중저가 작품
모태펀드 투자 적중
판사에 대한 석궁테러 실화를 소재로 사법부를 강력 비판한 정지영 감독의 영화 ‘부러진 화살’이 지난 2년간 개봉된 한국영화 중 최고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한국벤처투자가 2010년 1월부터 올 1월 말까지 개봉된 한국영화를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정산한 결과다.
○실화 다룬 영화들 ‘대박’
영화 ‘부러진 화살’의 수익률(투자사와 제작사가 수익금을 배분하기 전 기준)은 513%에 달했다. 총제작비 17억7200만원을 투자한 이 영화는 343만명의 관람객을 동원해 입장료 수입이 108억7600만원, 총비용을 뺀 순이익이 91억원으로 집계됐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동명 원작소설을 옮긴 ‘도가니’는 256%의 수익률로 2위에 올랐다. 총제작비는 44억원, 총수입은 157억원으로 466만명이 관람했다. 장애인에 대한 성추행 실화가 영화를 통해 알려지면서 약자에 대한 성폭력을 공론화하고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범죄의 친고죄 조항을 삭제한 이른바 ‘도가니법’을 제정하는 등 사회적 변화를 몰고 왔다.
여고 동창생 일곱 명의 이야기를 20년의 세월을 넘나들며 들려주는 ‘써니’는 254%의 수익률로 3위에 올랐다. 총제작비는 65억원, 총수입은 231억원이었다. 장기밀매단을 때려누이고 이웃집 소녀를 구출하는 ‘아저씨’가 194%로 4위, 말썽꾼 고교생과 이웃사람들의 훈훈한 이야기를 담은 ‘완득이’가 193%로 5위에 각각 올랐다. ‘최종병기 활’(154%) ‘의형제’(124%) ‘조선명탐정’(121%) ‘시라노 연애조작단’(92%) ‘하모니’(76%) 등이 그 뒤를 따랐다.
○대작보다 중저예산 영화 흥행 많아
한국영화 수익률 ‘톱10’ 작품들 중에는 대체로 중저예산 영화가 많았다. 화려한 스케일보다는 다양한 소재와 탄탄한 서사의 영화들이 짭짤한 수익을 냈다. 특히 수익률 1, 2위를 차지한 ‘부러진 화살’과 ‘도가니’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문제들을 다뤄 높은 수익률을 이끌어냈다.
각본이 잘 짜여진 액션 드라마들도 고수익을 거뒀다. ‘아저씨’와 ‘최종병기 활’ ‘의형제’ ‘조선 명탐정’ 등은 적당한 액션과 짜임새 있는 스토리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한국벤처투자는 그동안 한국영화 시장이 저예산과 고예산 작품으로 양분됐다고 판단, 시나리오가 탄탄한 중저예산 영화에 투자하는 펀드를 결성한 게 적중했다고 풀이했다. ‘부러진 화살’과 ‘도가니’ 등은 소재가 흥행 코드와는 거리가 있어 제작 당시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모태펀드가 참여, 문제를 해결했다는 설명이다.
한국벤처투자 관계자는 “모태펀드는 일반투자자들보다 모험적이고 도전적인 자금”이라며 “콘텐츠 산업 육성이라는 정책 목적이 있어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투자가 이뤄지기 어려운 영화들에도 투자한다”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