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판결에 따라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에 대해 월 2회 강제로 쉬게 하고, 심야영업을 제한한 규제 조치가 전국적으로 빠르게 풀리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시행된 영업 규제 조치를 법원이 무효화시킨 지방자치단체가 120곳으로 늘어나면서 ‘정상 영업’할 수 있는 대형마트·SSM 점포 비율이 90%대로 증가했다. 유통업계는 이달 중으로 전국 모든 점포가 정상 영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8일 서울 종로·노원구 등 9개 자치구 유통업체들이 영업 규제 조례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영업제한 처분으로 신청인들에게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며 “이 효력정지로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수원지법 행정1·2부도 이날 경기 안양·의왕·평택·이천시 등 4개 지역 대형 유통업체들이 낸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로써 지난 6월22일 서울 강동·송파구에서 처음으로 영업규제 조례 무효 판결이 난 이후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진 곳은 전국 120개 지자체로 늘어났다. 조례를 정해 시행에 들어간 140개 지자체의 86%에 해당한다. 서울 부산 광주 대구 경북 대전 충남 등에서는 조례를 정한 모든 지자체에 집행정지 처분이 내려졌다.

유통업체들은 경기 안산·광주·시흥·오산·포천시와 인천 동구 등 영업규제를 시행 중인 나머지 20곳에 대해서도 소송을 진행 중이거나 준비하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법원이 강제 휴무에 따른 유통업체들의 손해를 인정해 빠른 속도로 가처분 신청을 받아주고 있다”며 “대목인 추석(9월30일) 시즌에 앞서 전 점포가 정상적으로 영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업 재개 지역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대형마트들은 한숨 돌리고 있다. 의무 휴업일인 12일에 쉬는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빅3’ 점포는 전체(372곳)의 7%인 26곳이다. 휴무 점포가 가장 많았던 지난 6월24일(282곳)에 비해 91% 줄어들었다.

유통업체들은 심야영업 제한도 풀렸지만 ‘24시간 영업’은 재개하지 않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24시간 영업을 하려면 인력을 다시 뽑고 재배치하는 등 운영상 어려움이 많다”며 “언제든지 영업 규제가 다시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심야영업은 당분간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영업 규제 처분이 무효화된 지자체들은 대부분 ‘지자체장의 재량권을 허용하지 않고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은 영업 규제 조례는 위법’이라는 법원 판결에 맞게 조례를 재개정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정부도 법원 지적에 맞춘 새로운 ‘표준 조례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조례가 재개정돼 시행에 들어가기까지는 2~3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