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한국시간) 오후 2시21분.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패서디나에 있는 미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수십 명의 연구원들이 숨죽인 채 화성 정밀탐사 로봇 ‘큐리오시티(Curiosity)’를 실은 탐사선이 보내오는 정보를 지켜보고 있었다.

22분께 “대기권에 진입했다”는 신호가 왔다. 화성 대기권을 통과하는 ‘공포의 7분’이 시작된 것이다. 섭씨 2100도의 고열에 큐리오시티가 손상을 입으면 탐사준비에 쏟은 지난 8년과 25억달러(약 2조9000억원)는 날아가버린다.

다시 손에 땀을 쥐는 긴장 상태. 29분께 “낙하산이 펴졌다”는 목소리가 들렸다. 진입에 성공했다는 뜻이다. 간간이 박수 소리가 들렸다. 이때부터 고도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1㎞, 200m, 50m…. 고도 20m에 닿자 스카이 크레인이 큐리오시티를 줄에 매달아 내리기 시작했다. 예정 시간보다 1분 정도 늦은 32분께. “착륙했다”는 연구원들의 환호성과 박수가 곳곳에서 터졌다. 2분 뒤엔 큐리오시티가 찍은 사진 두 장이 도착했다. 화성의 지평선과 큐리오시티의 그림자가 담긴 화성 지표면 사진이었다.

“태양계에 인간 말고 다른 생명체가 있을까”라는 인류의 오랜 호기심을 풀어주기 위해 탐사로봇 큐리오시티가 이날 화성 표면에 성공적으로 도착했다. 지난해 11월 지구를 출발한 뒤 약 2억5000만㎞를 날아갔다.

큐리오시티는 900㎏으로 중형자동차 정도의 무게다. 이전에 화성을 탐사했던 6개의 로봇과 달리 자유자재로 늘어나는 로봇팔, 드릴, 레이저 등 첨단 장비를 갖췄다. 암석을 뚫어 안에 있는 성분을 분석할 수 있다. 최대 7m 밖에 있는 암석에 고출력 레이저를 쏘아 플라즈마를 형성하고 그 빛을 분광기로 측정해 성분을 분석하는 것도 가능하다. 카메라는 스틸사진뿐 아니라 3D 이미지도 촬영이 가능하다. 태양전지가 아닌 별도의 플루토늄 에너지원을 갖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큐리오시티보다 먼저 화성표면을 탐사한 ‘선배’로는 미국의 바이킹 1호 등 6대가 있다. 그간의 탐사를 통해 화성에 과거에 풍부한 물이 있었고 지금도 극지방에 두꺼운 얼음층이 존재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큐리오시티의 임무는 아미노산과 같은 더욱 결정적인 생명체 존재의 근거를 찾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원래 축축하고 습해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조건을 갖췄던 화성이 약 30억년 전 현재와 같은 차갑고 건조한 상태로 바뀐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암석 성분 분석을 통해 과거 대기 중에 있었던 물질들의 흔적을 찾는 작업이다.

착륙지는 화성 적도 바로 아래 있는 게일 분화구다. 생명체의 흔적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NASA가 추정한 곳이다. 분화구 중앙에는 퇴적물이 쌓여 만들어진 5㎞ 높이의 산이 있다.

큐리오시티는 하루에 최대 200m를 움직인다. 앞으로 1화성년(687일) 동안 게일 분화구 주변 20㎞를 돌며 각종 자료들을 지구로 보내게 된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