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5일 ‘가공(架空)자본’과 ‘가공의결권’ 개념을 적용해 순환출자 규제를 추진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해졌다. 순환출자 구조를 가진 대기업집단(그룹)의 ‘마지막 순환 고리’를 차단함으로써 그룹 총수가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겠다는 게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측의 구상이다.

하지만 실제 적용 단계에선 불명확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예컨대 현대·기아차그룹의 경우를 보자. 정몽구 회장이 현대차 지분 5.2%, 현대모비스 지분 6.9%로 현대차는 물론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그룹 주요 계열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통해서다.

하지만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말하는 ‘마지막 순환 고리’가 어디인지는 불분명하다. 가령 현대차에서 기아차로 이어지는 고리를 끊어야 하는지, 기아차에서 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고리를 끊어야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기업이 마음대로 정해 순환출자 고리를 끊으면 되는 것인지,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기관이 해당 고리를 정하겠다는 것인지도 불확실하다.

또 특정 고리를 끊는다 하더라도 이때 제한되는 의결권이 어느 정도인지도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가령 현대차에서 기아차로 이어지는 고리를 차단한다고 가정할 경우 가공의결권을 계산하는 방식은 두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첫째, 현대차가 기아차에 투자한 지분 33.9%를 모두 가공의결권으로 볼 수 있다. 정 회장은 기아차 지분이 전혀 없지만 현대차를 통해 실질적으로 33.9%의 의결권을 행사한다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측이 제한하려고 하는 가공의결권 계산 방식이 이에 가깝다.

둘째, 정 회장이 현대차에 투자한 지분을 감안해 가공의결권을 계산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가공의결권은 32.1%로 줄어든다. 정 회장이 현대차 지분 5.2%를 보유하고 있고 현대차는 33.9%의 기아차 지분을 가지고 있는 만큼 정 회장의 기아차에 대한 실제 의결권은 1.8%(5.2×33.9/100)로 추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과거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이런 방식으로 가공의결권을 계산한 적이 있다(그림 참조).

순환출자 규제를 현행 상호출자 금지의 연장선으로 간주하는 논리에 대해서도 논란이 분분하다.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은 이날 순환출자 규제법을 발의하면서 “순환출자를 허용하면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상호출자를 간접적으로 허용해주게 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기업집단의 경우 계열사끼리 직접 상대방 회사에 출자하는 상호출자가 금지되는데 순환출자는 ‘우회적인’ 상호출자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계는 “정치권이 상호출자 금지의 취지를 무리하게 확대하면서 순환출자를 끌어들인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 가공(架空)자본·의결권

학계에서 일치된 정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기업집단 내 계열사간 출자액의 합계를 뜻한다. 가령 자본금이 각각 100억원인 A사와 B사가 있다고 치자. A사는 B사에 30억원, B사는 A사에 20억원을 출자했다면 가공자본은 50억원(30억원+20억원)이다. 또 A사에게는 30억원에 해당하는 지분, B사에게는 20억원에 해당하는 지분이 가공의결권이다.

주용석/박신영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