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 있는 분만 타세요~"
장동건은 극중 애인(김하늘)에게 자신의 망가진 차를 가리키며 “인사해요, 이쪽은 우리 베티. 다쳤지만 씩씩하죠”라고 소개했다지? 김하늘이 “베티가 좋아요, 내가 좋아요?”라고 묻자 “내려서 얘기해 줄게요. 베티가 듣잖아요”라는 닭살 돋는 대사도 남겼다고.
장동건이 베티에게 말을 건넨 다음날이면 전시장에 문의전화가 급증한다는데, 놀랍게도 사실이다. 기자의 ‘손발 오글거림 지수’가 높아질수록 판매량은 증가했다. M클래스는 출시됐던 지난 5월 78대, 6월 116대까지 판매량이 급증했다. 지난달까지 3개월간 276대가 팔렸다.
전체적으로 보면 디자인이 허접스럽고 성능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다만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Best or Nothing)’는 벤츠의 정신을 받들자면 좋은 평가는 내릴 수 없다. 한 단계 아래 등급인 GLK가 가격도 저렴하고 주행성능도 낫다고 느꼈으니까.
최근 고성능 모델인 ML 63AMG를 타본 뒤 실망감이 커졌다. 4월 출시행사에서 시승했던 ML250 블루텍보다 기대감이 컸던 탓일까. 가격은 ML250의 두 배인 1억5090만원. 5500㏄ 8기통 엔진에 최고출력 525마력, 최대토크 71.4㎏·m,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 도달 시간) 4.8초의 어마어마한 성능을 갖췄다. 문제는 서울시내 도로에선 제대로 성능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 육중한 차체로 속도를 내니 굼뜬 느낌이다. 가속페달을 밟을 때 어디선가 터져나오는 배기음은 거슬렸다. 중저음도 아니고 날카로운 고음은 더더욱 아닌, 애매한 소리가 커다란 차체에 가로막혀 웅얼대는 것처럼 느껴졌다. ECO스타트&스톱 기능으로 연비를 28% 개선했다지만 당 6.4㎞. 5등급은 너무하잖아! 기름값 걱정 안 하는 분들이 탄다고 하지만 연료 게이지가 뚝뚝 떨어질 때마다 마음을 졸였다.
내비게이션은 고해상도로 바뀌었지만 차체에 비해 크기가 작다. 감성품질을 자랑하는 브랜드답게 가죽이나 내부마감 소재는 나무랄 데가 없다.
결론적으로 까칠한 기자는 장동건이 이 차를 몰고 나타나도 타지 않으련다. (장동건의 부인인 고소영 언니를 이길 자신도 없거니와)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선 경제관념 없이 허세만 떠는 ‘신사’일 확률이 높을 것 같아서다. 그래도 고매한 품격의 벤츠니까, 내 시승기에 태클 걸지 않는 걸로~.
전예진 기사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