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사장님' 뜬다
김호근 흥해라흥 픽쳐스 대표(31)는 작업실도 없이 혼자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1인 제작자’다. 그가 만든 애니메이션 ‘1루수가 누구야’는 우리 국민 3명 중 1명(조회수 1550만건)꼴로 봤다. 야구 1·2·3루수 선수의 이름이 각각 ‘누구’ ‘뭐야’ ‘몰라’여서 생긴 해프닝을 다룬 코믹 동영상으로 올 상반기 유튜브 국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김 대표는 자신이 직접 기획·제작한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1주일에 하나씩 유튜브와 네이버에 올리고 이에 대한 광고 수익을 얻는다. 애니메이션 기획과 제작은 김 대표가 맡고, 유통, 광고 판매는 유튜브와 네이버가 담당하는 것. 그는 “내가 원하는 일을 마음껏 하면서 만약에 사업에 실패하더라도 (혼자 일하기 때문에) 큰 타격이 없는 게 1인 제작자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직원을 따로 두지 않고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스마트폰 게임 애플리케이션(앱), 전자책 등을 만드는 1인 제작자가 뜨고 있다. 1인 제작자는 자신이 콘텐츠 기획과 제작을 담당하고, 판매와 유통은 전문 기업에 맡기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모바일 게임 앱 ‘캐치캐치마우스(캐캐마)’를 만든 김재현 블리스소프트 대표(29)도 대표적인 1인 제작자다. 김 대표가 개발한 모바일 게임 ‘캐캐마’는 지난해 10월 애플 앱스토어 국내 게임부문에서 3일 동안 1위에 올랐다. 수익이 늘어나면서 현재는 12명이 일하는 벤처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달 9일에는 나우콤에서 5억원가량의 투자도 유치했다.

출판 업계에서도 1인 출판 시대가 열리고 있다. 아이패드용 어린이 동화를 만든 장유진 씨(28)는 “전자책 제작 프로그램을 이용해 책을 만들고, 인터넷 서점이나 모바일 장터에서 출판사를 거치지 않고도 판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1인 제작자가 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콘텐츠 유통시장의 개방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장우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는 “스마트폰 앱을 개발해 앱스토어에서 판매하거나 동영상을 제작해 유튜브 등에 올려 광고 수익을 얻는 등 자신이 만든 콘텐츠를 자유롭게 유통할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우섭/하헌형 기자 duter@hankyung.com